생계형 임대사업자

입력
2021.06.10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 배제 특례제도 폐지 계획을 수정키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당 차원의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개선 방안’에서 매입임대의 경우 모든 주택유형에서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8·4 대책’에서 4년 단기 임대사업과 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을 폐지한 데 이어, 추가로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에 대한 특례까지 폐지키로 한 것이다.

▦ 당초 민주당이 민간 매입임대사업 지원제도를 아예 폐지키로 한 건 현 정부 초기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등록임대사업을 부추긴 게 다주택 투기를 촉발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1차로 아파트 임대사업자 특례를 폐지하고, 이번에 더 나아가 빌라나 다가구주택 등 비아파트에 대한 임대사업자 특례까지 없애려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최근 ‘생계형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합산과세 배제 특례를 유지키로 방향을 선회했다.

▦ 특위가 당의 방침을 불과 2주 만에 스스로 번복한 건 특례 폐지로 비아파트 임대주택, 즉 빌라나 다가구주택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아파트 중심의 집값 하락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아울러 특례가 폐지된 임대주택 매물엔 수요가 없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사업자 반발, 특히 다가구나 빌라 임대사업자의 경우 고령 은퇴자들이 생계형으로 임대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감안됐다.

▦ 문제는 누가 생계형 임대사업자냐라는 것이다. 특위 주변에선 일단 60세 이상, 임대주택 수 5채 미만 등의 기준이 검토된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강남에선 웬만한 다가구주택 1채가 30억 원 내외를 호가하는 만큼, 4채를 보유한 사업자라면 줄잡아 100억 원 이상의 자산가다. 이런 사업자에게 종부세 면제 혜택을 유지해준다는 건 난센스가 될 소지가 크다. 주택 수 대신 임대소득 기준 등이 제기되는 이유다. 억울한 피해를 줄이자는 일이 되레 일 전체를 엉망으로 되돌리는 독이 안 돼야 할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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