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뇌물과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으로 2심에서 유죄를 받고 구속됐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고 보석을 허가하면서다. 2013년 성접대 동영상 의혹으로 시작해 국민적 공분을 불렀던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단죄도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모씨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을 받아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로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원주 별장 성접대와 함께 1억3,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최씨 뇌물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형과 함께 법정구속됐다. 증거와 사실관계를 중시하는 최고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겠지만 파렴치한 성범죄 사건에 대한 단죄가 무산되는 결과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별장 성접대 사건을 이토록 어이없이 처리한 원죄는 검찰에 있다. 2013년 당시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 등을 확보하고 검찰로 넘겼으나 검찰은 대전고검장 출신의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4년 2차 수사에서도 검찰은 그를 무죄 방면했다. 검찰의 두 차례 제 식구 감싸기만 없었다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성범죄를 처벌 못 하는 일도, 검찰의 무리한 불법 출금 시도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증인의 진술 번복을 회유했다는 것인데, 그의 야반도주를 막기 위해 불법까지 동원해 출국을 금지시킨 검찰의 행태나 별반 차이가 없다. 검찰 입장에서는 불법 출금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검사들을 이첩하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요구를 수용하는 게 ‘셀프 수사’라는 비난을 모면하고 김학의 사건의 원죄를 조금이나마 씻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