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전시장 공동진출로 공고해진 한미 동맹

입력
2021.06.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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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많은 합의를 이뤄 냈는데, 원자력 분야에서도 해외 원전시장에서의 협력이라는 의미 있는 합의가 있었다. 이는 양자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국제 비확산 규범을 선도해 나간다는 의지를 내포해 한미 동맹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양국이 원전 공급 시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제 비확산 규범인 IAEA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를 원전수입국에 요구토록 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마치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해외 원전수출이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현재 외교부에서 한미원자력협력을 담당하고, 이번 정상회담 협의 과정에 관여한 필자의 입장에서 몇 가지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국이자 주요 원전 수출국인 미국이 우리나라와 핵심 협력 동반자가 되겠다고 한 사실 자체가 이런 주장이 그릇됐다는 것을 반증한다. 해외 원전 시장에서의 리더십 회복을 추진 중인 미국, 그리고 우수한 원전 기술력과 건설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향후 드림팀이 되어 전략적 협력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기후변화와 탈탄소시대 최적의 에너지 조합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원자력의 위상과 역할도 그러한 미래 설계 하에서 고민될 문제라고 본다. 국내 원전은 단기간 내 전면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향후 6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전체 전력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다. 탄소중립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원자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역할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기후 선진국으로서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녹색 성장을 위한 시대적 과제이며 미래 비전이다. 이런 구상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전략'에 잘 나와 있다. 현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은 탈원전에 매몰된 것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 기술을 바라보면서 원자력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발전 단가가 기존 에너지원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세계 원자력 시장은 기존의 대형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등 선진 원자로 개발과 관련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제 원자력 안전, 핵안보, 비확산 기준을 선도하면서 해외 원전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 간 원자력 분야 전략적 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이정표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탈원전 논쟁이 아니라 한미 간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박일 외교부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