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가 미군 등의 함정이나 항공기 등을 지킬 수 있도록 한 ‘무기 등 방호’ 조항을 앞으로 호주군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조항이 미군 이외의 국가에 적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응하는 일본과 호주의 안보 협력 관계가 ‘준동맹국’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장관은 일본·호주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온라인으로 가진 뒤 이같이 밝혔다.
자위대의 타국 군에 대한 무기 등 방호 조항은 2016년 시행된 안전보장관련법 중 하나인 개정 자위대법에 포함돼 있다. 평시에 “자위대와 제휴해 일본의 방위에 이바지하는 활동”에 종사하는 미군 등 우방국 군대로부터 사전 경호 요청을 받으면 방위장관이 판단해 실시한다. 법 시행 이듬해인 2017년 이후 공동 훈련 등을 할 때 미군 함정이나 항공기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25건을 실시해 가장 많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지난해 11월 모리슨 호주 총리와 만나 “방위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통해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동·남중국해에서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일본과 호주 사이가 ‘준 동맹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현 시점에서 중국과 가장 대립하는 나라가 호주”라는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하는 전략을 갖고 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일본과 호주가 함께 중국과 대치하는 전선”이라고 분석했다. 차기 호주 주재 미국대사로 오바마 정부 때 주일대사를 지낸 캐럴라인 케네디를 지명하는 방안이 부상하는 것도 미·일·호주 3국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신문은 해석했다.
이번 2+2 회담에서는 이 밖에도 일본과 호주의 공동 훈련 시 상호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협정을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 정세를 둘러싸고 “유엔 해양법 조약에 맞지 않는 중국의 해양 권익에 관한 주장이나 활동에 반대를 표명한다”고 해, 일본과 호주 간 공동문서에선 처음으로 중국을 지목해 비판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란 문구도 담았다.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이번 회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汪文斌) 부대변인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호주에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지 않도록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