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인사시스템이야

입력
202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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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가 시험에 들었다.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 수평과 자율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성과를 만들어내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 이런 세간의 인식에 금이 가고 있다. 2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온 데 이어 지난달에는 네이버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비인간인 인사평가 시스템, 상급자의 지속적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회사가 문제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결국 사회적 타율을 초래했다.

모두가 선망하던 거대 공룡 IT 기업들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고 이면엔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한 인사시스템과 경영진의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인사시스템의 도입과 운용은 여전히 스타트업 식으로 하려 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인사시스템을 자기 실정에 맞게 변형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도입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매출이 조 단위를 넘고 임직원 수가 만 명 단위에 이르는 기업은 더 이상 창업자 그룹 몇몇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영업실적만 중요하고 인사관리는 부차적인 업무라는 경영진의 인식도 위험하다. 큰 기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문제는 인사관리의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인사시스템은 기업 고유의 전통과 문화, 역사라는 토양 위에 심어진 나무와 같다. 기업의 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그 뿌리가 함께 깊어지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스타트업이라면 쉽게 묘목을 뽑아내고 다시 심겠지만 시가총액 59조 원(네이버), 50조 원(카카오)에 달하는 회사라면 그에 걸맞은 정교하면서도 폭넓은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경영진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기업 규모의 성장에 비례해 깊어져야 한다. 그때 그때 유행을 좇거나 깊은 숙고를 거치지 않은 벤치마킹을 반복하기보다 질서와 균형을 위해 정교함과 치밀함을 갖춘 대기업다운 인재경영이 과연 갖추어졌는가? 자문해 보아야 한다.

기왕 문제가 불거졌다면 문제가 된 제도 일부를 땜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내부의 문화, 의사소통 구조, 기업이 걸어온 길, 대내외적 사업환경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한 인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더욱이 요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ESGP(정치적 역할)까지 요구되는 시대다. 거대한 기업집단으로 성장한 두 기업의 사업 영역은 합리적일까? 사회에 선순환적일까? 산업화 시대의 재벌과의 차이점은? 사회와 국가에 기여는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할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도 답할 준비가 되어야 하며 그 책임도 당연한 것이다.

IT강국 대한민국을 선두에서 이끌다시피 한 이 두 기업에 최적화된 인사시스템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정답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는 현실의 한계 안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성공의 요체는 사람경영이고 핵심은 사람을 어떻게 존중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 카카오가 한번 더 도약해 구글과 아마존을 넘어서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