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과천시장 직무정지...오는 30일 주민소환투표 실시

입력
2021.06.09 16:11
주민소환위, 김종천 시장 주민소환투표 돌입
8·4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 대응했다는 이유
김 시장 대안은 자족도시 아닌 베드타운 조장
김 시장 "시장으로서 대안 제시하는 게 맞다"
"태릉CC 등 다른 지역은 기존대로 추진" 호소
오는 25~26일 사전투표, 30일 주민소환투표

김종천 과천시장의 직무가 지난 8일 정지됐다. 정부의 과천청사 유휴부지 내 4,000호 주택 건설 추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김 시장의 소극적 대처를 문제 삼아 주민소환투표를 추진, 이날 발의되면서다.

김 시장은 9일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자족도시의 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시민들께서 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의 일방적인 부동산 정책에 맞서 청사마당 천막집무실 마련, 국회 방문 등 안간힘을 썼고, 대안을 내세워 유휴부지 내 주택 공급 철회를 이끌어 냈다”며 “이는 과천 시민이 하나 된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시민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가 진행됐는데 이 또한 청사주택공급정책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자 분노의 표현이라 생각한다”며 “과천시장으로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시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정을 책임지는 저로서는 국가의 사업 강행 의지, 경과 등을 보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시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과천시가 대안을 제시해 청사 일대 주택공급이 철회된 반면 8·4 대책 당시 함께 발표된 태릉CC 등 신규택지는 기존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시장은 “청사 일대 주택공급계획이 철회됐지만 향후 어떤 용도로 재사용될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많다”며 “시민들의 뜻과 무관하게 개발되지 않도록 하고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 활용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주민소환투표 운동 기간에 시민들을 만나 시가 대안을 제시해 정부의 8·4주택공급 정책이 철회된 내용을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겠다”며 “미래자족도시의 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저를 믿고, 저에게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민소환추진위는 정부의 유휴부지 내 주택공급 철회에도 불구하고 주민소환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대안으로 제시한 신규택지에 1,300호, 과천지구 내 자족용지에 3,000호 공급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동진 주민소환추진위원장은 “김 시장은 정부 발표 직후 ‘전면 철회’를 주장하다 뒤늦게 ‘대안 제시’로 선회했으며, 이로 인해 과천시는 자족도시가 아닌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게 됐다”며 “더욱이 유휴부지에 대해 정부가 언제든 재사용하겠다고 하면 그때마다 시민들이 나서서 저지해야 하느냐, (김 시장은) 끝까지 ‘전면 철회’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인명부 작성(6월 8∼13일)과 투표 운동(9∼29일), 사전투표(25∼26일)를 거쳐 오는 30일 실시된다.

과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앞서 지난 8일 저녁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하고 투표안을 공고했다. 이에 따라 김 시장의 직무는 8일 자정부터 정지됐으며, 부시장이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과천시에서는 2011년 11월 보금자리지구 지정 수용 등으로 인해 여인국 시장에 대해 주민소환투표가 진행됐으나, 개표 기준(33.3%)에 못 미친 투표율 17.8%로 소환이 무산된 바 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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