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조 총파업에 "불편 감수할 수 있어" VS "물류대란 걱정"

입력
2021.06.09 16:30
[각양각색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
"참가인원 10%도 안 돼... 처우개선 해야"
'물류대란' 아니라며 응원하는 사람들
한편에선 "파업 얘기가 잦다"는 불평도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9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일상 생활의 편의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파업이 서둘러 끝났으면 한다'는 공통된 바람을 내비치면서도,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공론화 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되새기며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으니 이참에 택배 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파업이 연례행사냐"고 쏘아붙이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택배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기구가 2차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내일부터 쟁의권이 있는 전국 모든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 주장의 요지는 '물품 분류는 택배사 업무'라고 규정한 1차 합의안을 조속히 이행하라는 것이다. 일명 '까대기'로 불리는 분류작업이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며 지난 1월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노동자의 분류작업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택배사 측이 '분류 인력을 투입하려면 1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택배노조가 파업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정한 셈이다.

전국 택배노조 차원의 파업은 올 들어 처음이다. 분류 인력 투입을 촉구하거나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주장하는 등 올해 두 차례 파업을 결의했으나 모두 하루 전날 철회했다. 그와 별도로 7개 지역의 한진택배 조합원들이 '사측의 부당해고'를 규탄하며 2월 말부터 열흘가량 파업한 적은 있다.

"파업 참가 인원 적어... 물류대란까지는 아냐"

택배노조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쟁의권이 있는 2,100여 명이다.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 4,400여 명은 평소보다 2시간 늦은 오전 9시에 출근해, 대리점이나 분류 인력이 분류한 물건만 오전 11시부터 배송하는 출근 지연 투쟁을 벌인다.

전체 택배노동자는 4만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 비율은 5%, 출근 지연 투쟁에 참가하는 조합원은 11% 정도다.

한 전자기기 구매 정보 사이트의 이용자는 파업 참가 인원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물류대란까지는 아닐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파업하려면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야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택배노조 자체가 그렇게 많은 인원이 소속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같은 커뮤니티의 다른 이용자는 "잠깐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며 파업을 응원했다. 또 "노동자를 기계로 취급하는 사측은 각성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택배비는 올랐지만 택배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거의 없다'는 주장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택배노조는 4일 "과로사 방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택배비를 인상했지만 실제로는 택배사의 추가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쓰이고 있다"며 "한 택배사의 경우 지난달 택배비가 150원가량 인상됐지만, 택배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8원가량만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택배비가 올랐는데 오른 돈은 누가 먹었나', '택배비가 많이 올랐는데 그걸 아끼려 한다'는 등 택배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다.

"총파업 소리를 몇 달에 한 번씩 한다"

반면 택배노조의 총파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총파업 소리를 몇 달에 한 번씩 한다", "추석쯤 또 파업할 것 같다"며 파업 이야기가 잦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택배노동은 월 평균 수입이 700만 원가량인 신의 직업이고, 민주노총이 세 불리기를 하려고 한다'는 보수 유튜버 등의 주장을 인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노조가) 말하는 조건 보니깐 그냥 말도 안 되더라"며 "예전 같이 열악한 시대에서나 노조가 좋았던 거지 요즘 시대는 시대의 민폐"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유튜버가 제시한 썰을 들었는데 정말 (민주노총이 세를 불리려는) 그런 수순이라면 소시오패스들의 빨대꽂기가 안 뻗치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
장윤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