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차단 나선 미국…“자국 생산, 무역 장벽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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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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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희토류의 무기화’에 나선 중국과 정면 충돌을 예고했다. 지금까지 소극적이었던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재개하고,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무역 규제 검토 카드까지 꺼내들면서다. 이런 내용은 8일(현지시간) 소개된 미국의 4대(희토류, 대용량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핵심 분야에 대한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 보고서에 담겼다. 희토류란 유사한 화학적 특성을 지닌 17개 원소를 총칭하는 것으로, 열과 전자전이가 쉽고 안정적이어서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석유화학,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다.

9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보고서엔 희토류의 자국 내 생산 계획도 포함됐다. 또 미국 상무부는 자동차·국방물자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인 ‘네오디뮴’ 수입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조사 여부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런 대응은 최근 희토류 생산량 감축과 더불어 미국 제재에 나선 중국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의하면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4,400만 톤)과 생산량(연간 12만 톤)에서 세계 1위다. 14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된 미국은 연간 2만6,000톤의 희토류를 채굴하지만, 전량 중국으로 보낸 이후 제련해서 재수입하고 있다. 희토류는 채굴된 광석을 가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인체 유해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는 희토류도 중국에서 수입한다. 이에 따라 희토류는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해 갔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선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세계 2대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 패스’ 가공 시설을 재가동할 전망이다. 또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희토류 생산기업 ‘라이너스’와 합작사를 세우고, 희토류 가공공장 건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이 완공될 경우 마운틴패스 광산 생산량 처리가 가능, 중국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희토류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자국 생산에 나서더라도 즉각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미국의 희토류 공급망 재편 정책이 성공하려면 경제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원가를 낮추지 못할 경우 일반 기업들은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동우 산업통상자원부 광물자원총괄 팀장도 “미국의 희토류 생산으로 장기적인 시장 변화는 발생하겠지만, 단기적인 가격 변동은 크기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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