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끌어올리는 '괴물' GTX...연장 요구 봇물에 난개발 될라

입력
2021.06.14 22:00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에 따라 수도권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GTX 수혜지역은 물론 정차역이 확정되지 않은 곳마저 GTX 얘기만 나오면 아파트값이 급등한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노선표를 받아본 지역은 상승세가 둔화됐다. 당초 예정에 없던 지역들까지 일제히 GTX 노선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민원을 다 들어줄 경우 혈세 낭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GTX 정차 기대감에 의왕 아파트 16억 터치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탄~양주를 잇는 GTX-C 노선 민간투자사업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모두 추가로 제안한 세 곳(의왕역·인덕원역·왕십리역)은 집값 급등 열차를 탔다. 한국부동산원의 올해 아파트 월간 누적 상승률을 보면 경기 의왕시가 18.3%로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인덕원역이 위치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도 13.17% 뛰었다.

의왕시 아파트는 실거래가격도 16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인근인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면적 84㎡는 올해 4월 30일 15억3,000만 원(3층)에서 지난 6일 16억3,000만 원(25층)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최근 호가는 최저 16억 원에서 최고 20억 원까지 형성됐다. 1호선 의왕역 인근 상동 의왕파크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4월 30일 7억1,000만 원(11층)에서 5월 1일 1억 원 오른 8억1,000만 원(21층)에 거래됐다. 근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C노선 기대감에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지 않아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 강남 직결을 기대했던 GTX-D 노선이 경기 김포시에서 부천시로 줄어든 영향에 김포 아파트값 상승률은 2.69%로 저조했다. 실거래가격도 소폭 하락세다.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올해 2월 20일 처음 8억 원(5층)을 찍었지만 5월 24일엔 7억5,000만 원(21층)에 계약됐다.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2단지 전용 84㎡도 3월 22일 6억4,000만 원(16층)에서 5월 21일 6억 원(13층)에 거래됐다.

매물로 나온 호가도 최저 6억7,000만 원(저층 제외)까지 내려갔다. 4차 국가철도망계획안에 D노선의 서울 직결이 반영되지 않은 이후 나타난 변화다. 김포시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가가 내려간 상황에서 집값이 관망세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철도망 포함 안 된 지자체도 노선 연장 요구

GTX 바람이 거세지자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지자체들도 노선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안산시는 GTX-C 노선을 안산까지 연장할 경우 역사 확충 비용 등 최대 2,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추가 사업비를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경기 동남부의 광주·이천·여주시는 공동으로 “GTX 노선 연장에 경제적 타당상이 있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며 노선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애초에철도망 계획에 포함 안 된 지역까지 검토할 수 없고,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반경 40㎞ 이내로 제한한 광역철도 기준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성이 받쳐준다면 균형발전 차원에서 검토를 해볼 수 있다”면서도 “무분별한 연장은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연장 노선에 대해 사업성이 타당한지 검토를 안 해봤다면 해볼 필요는 있다”며 “다만 D노선처럼 검토했던 부분은 바꾸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지역의 말을 다 들어주면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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