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학을 흔히 “4P 의학”이라고 한다. 4P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개인맞춤(personalized)의학, 개인의 유전자 정보나 생활 습관 등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하여 대응하는 예측(premptive)의학, 유전자 조작이나 각종 기능의 보강을 통하여 원하지 않는 질병의 발생을 막는 예방(preventive)의학과 환자가 자신의 질병 치료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참여(participatory)의학 등 미래의학의 특징을 설명하는 영어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전문적인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수행하는 것이 맞지만, 환자의 몸에 어떤 의료행위를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환자의 뜻을 존중하자는 참여의학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 개념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어 어떤 개인이 특정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질병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예측), 만약 그렇다면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여 유전자를 조작하여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새로운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거나(개인맞춤)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유전자를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를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시도(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의학의 발전은 인간을 과거보다 오래 살 수 있도록 하였다. 2017년 WHO는 2030년에 출생하는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여명은 90.82세로 전 세계 사람 중 처음으로 90세 이상을 살게 될 것이라 보고한 바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였는데 같은 해 건강수명은 64.4세로 조사되었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간을 뺀, 건강한 상태로 사는 수명을 말한다. 그러니까 2018년 한국인은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약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낸다는 의미다. 100년도 안 되는 인생에서 약 5분의 1이나 되는 시간을 아파서 제대로 삶을 누릴 수 없다니, 아직도 의학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 아니 건강하게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답은 고민할 것도 없이 건강해야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고, 그래야만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래의학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여 질병의 발생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건강한 삶의 기간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필자는 3월에 1차 접종을 하였고, 곧 2차 접종을 앞두고 있다. 백신은 항원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현재 접종하고 있는 백신은 바이러스 전달체를 사용하는 것과 전령RNA를 사용하는 두 종류이다. 이들 백신은 외부에서 항원을 정제하여 직접 투여하였던 기존 백신과 달리 항원 유전자를 포함하는 바이러스벡터 혹은 항원 정보를 담고 있는 전령RNA를 체내에 투입하여 몸속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모두 유전자조작을 통해 항원을 몸에서 만들어내도록 한다는 점에서 미래의학의 예방의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첨단 백신이라 할 것이다. 눈치 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미래의학이 이미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백신을 접종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본인이 감염되거나 주위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지만 혹시라도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모두 건강하게 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