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참패를 안겼던 민심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9개월 앞두고 '정권 심판론'에 기울어 있었다. 재보선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민심은 여전히 정부·여당에 대한 회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정치 지형은 민주당에 불리하지만 '호감도'를 기준으로 한 인물론에서는 여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야를 통틀어 1위였다. 야권의 유력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해 '지방행정 경험'이 있는 이 지사를 상대적으로 '능력이 검증된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다. 정권 심판론과 인물론 사이에서 고민 중인 민심을 누가 차지할지가 다음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지난달 25~27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정권 심판론)는 응답은 41.8%였다. '정부·여당의 승리를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국정 안정론)는 응답은 27.5%였다. 정권 심판론이 국정 안정론을 오차범위(±1.8%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지난해 12월 28~30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정권 심판론(47.4%)과 국정 안정론(45.2%)이 팽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치 지형이 급변한 것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 35%가 지지를 철회한 탓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 윤미향·조국 사태 등에 실망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이탈 현상은 연령별로는 20대와 이념별로는 중도층에서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보수 성향이 강한 중장년층 외에 20대에서 높게 나타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대 응답자(만18~29세) 중 16.4%가 정권 안정론을 택한 반면, 40.2%는 정권 심판론을 택했다. 60대 이상(56.2%)과 50대(41.8%)에 이어 정권 심판론이 높았다. 다만 30대와 40대에서는 정권 심판론과 정권 안정론이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했다.
대선 주자별 호감도에선 여당 주자인 이 지사가 49.0%로, 야권으로 분류되는 윤 전 검찰총장(35.6%)보다 높았다. 이 지사는 민주당 이탈층에서도 57.7%의 호감도를 얻은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이 지사가 대선 행보 과정에서 친문재인계와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민주당을 떠난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론보다 인물론에 더욱 무게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7.7%, 부정평가는 56.9%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