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전원회의만 올 들어 세 번째… 북한은 '회의 공화국'?

입력
2021.06.08 01:00
노동당 회의기구와 전원회의 관전포인트

편집자주

우거진 정글처럼 베일에 싸여 있는 북한 사회 탐험을 시작합니다. 친절한 가이드로 여러분의 5분을 '순삭'해보겠습니다.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최장기 공백을 끝내고 다시 공식 석상에 등장했습니다. 무려 29일 만이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8기 1차 정치국회의를 사회했습니다. 또 "지금 시점에서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소집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달 상순 3차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했습니다.

최근 잠행을 제외한다면 통계상 김 위원장은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7일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1분기 공개 활동은 총 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건)보다 2.4배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방역이 지속되는 엄중한 시기에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올해 김 위원장 공개 행보는 대부분 당 회의와 행사 참석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경제 현장이나 군사시설 시찰이 어려워지자 평양에서 회의를 열면서 주민 결속을 다지고 있는 겁니다.

당대회? 정치국회의?... 복잡한 노동당 의사결정 구조

철저한 당 중심 국가인 북한은 올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시작으로 당 중앙위 1, 2차 전원회의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세포비서대회, 정치국회의까지 거의 모든 수준의 당 회의를 연달아 열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큰 행사는 노동당의 공식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대회입니다. 언제 열릴지 모를 다음 당대회까지 추진할 대내외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 등 굵직한 목표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수일에 걸쳐 진행합니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선 김 위원장이 총비서로 추대돼 눈길을 끌었지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는 '당대표자회'에서 긴급한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합니다. 이 역시 자주 열리는 회의는 아닙니다. 1946년 8월 처음 개최된 뒤 현재까지 모두 네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거든요. 이 외의 기간 모든 당 사업을 주관하는 기구가 바로 당 중앙위원회입니다. 당대회에서 선출된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위는 연 1회 이상 전원회의를 소집해야 합니다. 당대회와 전원회의 모두 장기간 열리지 않는 상황에선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일상적인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전원회의, 왜 주목해야 할까?

당 중앙위가 전원회의를 연다고 하면 일단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대회와 당대표자회는 중요한 회의이지만 자주 열리지 않죠. 전원회의는 1년에 1, 2회씩 꼬박꼬박 열립니다. 전원회의 기능은 ①당의 노선 결정 ②당 중앙위 인사 등 크게 두 가지인데, 과거 이 회의에서 중대한 결정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2013년 3월 회의에서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게 대표적입니다. 이 노선은 5년 동안 지속됐고, 2018년 4월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 승리 선언과 함께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이 등장했습니다. 남북·북미관계가 다시 교착에 빠진 2019년 12월 북한은 전원회의를 열어 대북제재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고, 국방력 강화를 통한 자주권과 생존권 보위를 강조했습니다.

올해 세 번째 전원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예고대로 이달 상순 전원회의가 열린다면 올해 세 번째입니다. 상반기에만 전원회의가 세 차례 개최되는 건 이례적입니다. 정치국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상반기 국가사업 전반실태를 정확히 점검하여 편향적 문제들을 제때 바로잡기 위한 추가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번 전원회의 개최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일 뿐 진짜 목적은 따로 있을 것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대화와 대결의 갈림길에 선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침묵을 깨고 자신들의 대외 노선을 직간접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공개와 한미정상회담 개최로 북한에 대화의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대내외 정세와 관련된 토의를 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당규약 개정으로 신설된 '제1비서'직의 주인이 공개될지도 관전포인트입니다. 김 위원장의 '대리인' 자리인 만큼 후계구도가 본격화될 때까지 공석으로 남을지,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차지할지 아니면 '백두혈통'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의 신뢰가 두터운 최측근 조용원 조직비서가 앉을지 추측만 무성합니다. 이 밖에 지난 2월 16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이후 자취를 감춘 박태성 선전선동비서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신변 이상설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