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30세 미만 의료기관 종사자,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등을 위한 화이자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가운데, 대상이 아닌 20대 대기업 직원들이 대거 예약에 성공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취소에 나섰지만, 접종 예약 관리에 구멍이 확인된 셈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닌 20대들이 화이자 백신 사전예약에 성공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2만여 명이다. 모두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병원이 딸린 대기업 직원들로 당연히 상반기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문제는 질병청의 예약 가능 명단 분류 착오에서 비롯됐다. 당국은 7일부터 15일까지 2분기 접종 대상자 중 30세 미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에 들어갔다. 희귀혈전증 부작용 우려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30세 이상에 한정됨에 따라 접종 시기가 뒤로 밀린 이들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20대 의료기관 종사자'들인데, 의사·간호사 이외 병원 내 일반 직원들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이 직장 가입자 명단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병원의 모기업 직원들까지 대상자로 들어갔다. 서울삼성병원 직원만 접종 대상으로 분류해야 하는데, 삼성전자 직원까지 대상에 포함돼 예약이 허용된 것이다.
질병청은 부랴부랴 접종 대상이 아닌 이들의 예약을 일괄 취소키로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예약 대상자가 아님에도 예약이 완료된 건에 대해서는 이를 취소하고 개별 문자로 안내할 예정"이라며 "의료기관 중 부속의원에 대해서는 실제 대상자를 별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기업 직원들의 백신 예약 성공 인증샷이 돌아다니면서 "반도체가 국가 기반 산업이라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됐다" 같은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어서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기준 20대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 26만7,000명 중 11만2,000명(비대상자 예약 제외)이 사전예약을 완료했다. 백신 수급 사정에 따라 20만 명만 접종할 수 있어, 인원이 차면 예약은 바로 마감된다. 다음 예약은 7월 중 진행된다. 사실상 '선착순'인데 이를 미리 공지하지 않았던 탓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예약하려 했던 이들에게선 불만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에 대해 "접종계획을 세울 당시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의 수요를 조사한 결과 19만 명 정도로 추계가 됐었다"며 "최근 사전예약을 준비하면서 다시 파악해보니 대상자가 늘었고, 접종률 등을 감안해 20만 명만 우선 접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