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일하는 노인들… "무의미한 연명의료 원치 않아"

입력
2021.06.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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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1인당 소득이 10여 년 사이 두 배가 늘었다. 노인 10명 중 8명 이상은 자녀와 동거를 바라지 않았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에도 반대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2020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노인실태조사는 2008년 이후 3년마다 실시하며 이번 조사는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만97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평균 소득 1558만 원 ... 근로소득 4배 늘고, 용돈은 3분의 2 줄어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6.9%로 2017년(30.9%)보다 증가했다. 특히 65~69세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7년 42.2%에서 2020년 55.1%로 늘었다. 이들이 주로 일하는 직종은 단순 노무직(48.7%), 농어업(13.5%), 서비스근로자(12.2%) 순이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생계비 마련이 73.9%로 가장 많았고, 건강 유지(8.3%), 용돈 마련(7.9%), 시간 보내기(3.9%)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노인들의 소득도 가파르게 늘었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개인 연간 소득은 1,558만 원 정도였다. 이는 2008년 조사 때의 700만 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소득원별 구성을 보면 근로소득이 2008년 6.5%에서 2020년엔 24.1%로 늘어난 반면, 자녀로부터 받는 용돈 등이 포함된 사적이전소득의 비율은 2008년 46.5%에서 2020년엔 13.9%로 대폭 줄었다. 또한 노인가구의 27.1%는 부채를 갖고 있으며 평균 규모는 1,892만 원으로 파악됐다.

노인 78%, 홀로 또는 부부와 살아

노인 혼자 살거나 노인 부부만 생활하는 '노인 단독가구'는 78.2%로 2008년 조사(66.8%)보다 증가했다. 노인 독거가구와 부부가구는 각각 19.8%, 58.4%였다.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가구는 2017년 23.7%에서 2020년 20.1%로 줄었다. 특히 자녀와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은 12%에 그쳤다. 2008년 조사에선 자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는 노인의 비율이 32.5%를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노인들의 주관적인 건강상태도 호전됐다.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는 응답은 49.3%로 2017년(37%) 조사보다 높았다. 건강이 나쁜 것으로 평가한 노인은 19.9%다.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같은 기간 21.1%에서 13.5%로 감소했다.

노인들의 학력 수준 향상도 뚜렷한 편이었다. 정규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무학' 노인의 비율은 2018년 33.0%에서 2020년 10.6%로 줄어든 반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는 17.2%에서 34.3%로 늘었다.

노인 85% 무의미한 연명의료 반대

또한 절반에 가까운 노인(49.6%)은 삶의 전반에 걸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 요양원 등 시설에 들어가길 원하는 노인은 31.3%에 불과했다. 56.5%는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사는 집에서 살기를, 7.2%는 배우자나 자녀 등과 함께 살기를, 4.9%는 자녀 또는 형제자매 주변에서 살기를 희망했다.

노인의 85.6%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반대했다. 노인이 희망하는 장례방법은 화장(67.8%)이 가장 높았다. 웰다잉(well-dying)의 정의로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90.6%)'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양성일 복지부 제1차관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노인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대상으로 인식했지만, 이번 조사를 보면 경제·건강·가족관계 등에서 자립 특성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삶의 만족도도 증가하고 있다"며 "새롭게 등장하는 노인세대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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