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서부전선의 전황을 좌우한 변곡점으로, 앞서 소개한 덩케르크 철수작전과 1944년 6월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꼽힌다. 전자가 패배의 서전이라면 후자는 설욕의 역전극이 시작되는 고비였다. 전자가 '덩케르크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성공작이었다면, 역사상 최대 규모 상륙전으로 기록된 후자는 연합군으로서는 악몽 같은 피해를 동반한 절반의 성공작이었다. 상륙 시점과 지점을 두고 치열한 첩보전을 전개한 양측이 6월 6일 D데이 새벽에 가장 치열하게 공방을 펼친 곳은 상륙 지점 다섯 곳 가운데 오마하 해변이었다. 나머지 상륙지점에서 연합군은 1,000명 안팎의 전사자를 냈지만, 미군 제5군단 제1보병사단이 선봉에 섰던 오마하 해변에서는 2배 넘는 희생자를 낳았고, 해안선을 돌파하는 데만 무려 사흘이 걸렸다.
오마하 상륙전의 선두에 미 육군 엘리트부대인 레인저(Ranger)대대가 포진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주인공 존 밀러(톰 행크스 분) 대위가 제2레인저대대 506중대 중대장이었다. 그가 중대원 7명을 차출해 구출하러 간 극중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 분)은 상륙전에 앞서 유타해안 후방 독일군 점령지로 공중 강하한 101공수부대원이었다. 짙은 먹구름과 독일군의 대공포 공격에 그들은 목표지점에 강하하지 못했고, 상륙전 초기 연합군 사령부는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의 정확한 위치와 생존자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구사일생으로 상륙에 성공한 밀러와 부대원들이 라이언 구출 명령을 받은 게 6월 8일경이었다. 극중의 그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병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다시 사지로 침투하라는 명령에 "Fuxx"를 연발한다.
이 영화로 가장 리얼한 노르망디 전투신을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 스필버거는 밀러 부대원들의 라이언에 대한 분노를 실감나게 포착하기 위해, 촬영 전 모든 배우들에게 받게 한 고된 군사훈련에서 맷 데이먼만 열외시키는 '특혜'를 베풀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