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음했던 국내 항공업계에 반전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고용유지지원금이 3개월 연장된 데다, 1년 넘게 중단됐던 국제선 운항 재개도 앞두고 있어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2021년도 제5차 고용정책심의회’를 개최, 항공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현행 180일에서 270일로 연장했다.
유급 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은 일시적 경영난으로 고용위기에 처한 사업주가 휴업·휴직을 실시하고 휴업수당을 지급한 경우 정부에서 평균 임금의 70%에 달하는 휴업수당의 90%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올 1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온 항공업계는 당초 7월부터 무급휴직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정책 연장으로 유급휴직 제도를 9월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항공업계는 고용유지지원금 기간 연장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2% 줄었지만, 고용 감소는 3.1%에 불과했다. 올 1분기에도 대한항공(영업이익 1,245억 원)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가 대규모 적자를 봤지만, 고용유지지원금 덕분에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일각에선 정책 연장 기한이 90일로 한정적인 것에 아쉬움도 내비쳤다. 특히 화물운송 능력이 부족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선 국제선 봉쇄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추가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도입으로 인한 집단면역 체계 확립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에선 백신 보급이 확산되면서, 하반기 여행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이후 운항을 대부분 중단했던 해외 노선 중 일부는 부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국제선 하늘길을 여는 곳은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8일부터 ‘인천~사이판’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추후 일정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확정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사이판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은 ‘인천~괌’ 노선 운항 허가를 국토교통부에 신청했다. 제주항공도 8월 괌 노선 운항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운항 신청을 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11월 운항하는 ‘인천~괌’ 노선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고, 진에어는 현재 주1회 괌 노선을 운항 중이다. 구체적인 운항 일정은 항공사와 현지 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항공사들이 괌·사이판 노선을 우선 운항하게 된 배경은 해당 노선의 이용객 상당수가 우리나라 관광객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괌·사이판에서 한국으로 오는 현지인 수가 적어 방역 당국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해당 노선 운항을 허가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현재 괌·사이판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는 격리 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해 음성인 경우에만 격리가 해제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해외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북미,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의 운항 재개도 늘어날 것”이라며 “1년 넘게 침체됐던 항공여객 사업이 백신 효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