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5월은 새끼 동네 고양이(길고양이)들이 많이 보이는 시기입니다. 봄이 오면서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고양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이 눈에 많이 띄기 때문인데요. 고양이가 귀엽다고 불쌍하다며 섣부르게 데려오는 이른바 '냥줍'(고양이를 길에서 주움)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동물단체들이 이에 대한 주의를 강조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자칫 엄마 고양이와 생이별하게 되고, 또 사람 손을 탄 고양이는 다시 방사하기가 어려워지죠.
반면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에 따르면 새끼 고양이 눈이 붓고 고름이 끼어있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엄마 고양이가 있어도 살아 남기 어렵고요. 12시간 이상 방치되어 있거나 털이 더러우며 말랐거나 항문 주위에 분변이 묻어 있는 경우에도 구조 대상입니다.
엄마 고양이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새끼 고양이들과 지낼 곳을 마련하는데요. 문제는 그곳이 안전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번 시간에 소개해 드리는 구슬이(2개월∙암컷)와 하늘이(2개월∙암컷)도 사고로 엄마 고양이와 떨어진 경우입니다.
4월 26일 서울 관악구 한 휴대폰 매장 직원 김모씨는 벽 뒤쪽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데 고양이 울음소리만 났기 때문인데요. 벽을 뚫고 보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엄마 고양이가 건물 위에서 새끼들을 돌보다 그중 한 마리가 건물 천장에서 건물 내벽 사이로 떨어진 건데요. 김씨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고 주변에도 입양해줄 만한 분을 찾지 못해 우선 매장에서 데리고 있었습니다.
김씨는 1년 전에도 같은 자리에서 동네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낳고 기른 적이 있던 점을 감안해 또 다른 고양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고양이를 발견한 지 나흘 뒤 천장과 건물 벽 사이를 조사했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 고양이는 나머지 새끼들을 물고 도망갔고, 그중 또 한 마리의 새끼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요.
김씨는 차마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 보호소에 들어간 새끼 고양이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또 주변 엄마 고양이를 발견하면 반드시 중성화수술을 시키겠다는 약속을 했고요.
그렇게 카라의 보호소로 온 새끼 고양이는 구슬이와 하늘이라는 이름을 얻고 새 생활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배변도 잘 가리고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해요. 다른 고양이들과도 잘 지내고요. 카라 활동가 김보라씨는 "둘이 의지하면서 지내긴 하지만 둘 다 긍정적 성격이라 따로 입양을 가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태어나자마자 구조돼 사람과 지내왔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가도 적응하는데 문제는 없다"라고 말합니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반려묘로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된 구슬이와 하늘이에게 이제 필요한 건 평생 '집사'입니다. 보호소가 아닌 한 가정의 반려묘로 묘생을 시작하게 되길 바랍니다.
▶입양문의: 카라
하늘이 https://www.ekara.org/kams/adopt/671
구슬이 https://www.ekara.org/kams/adopt/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