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과 유럽연합(EU) 사무소가 촛불을 밝힌 사진을 올리며 톈안먼(天安門) 추모에 나선 홍콩 시민들과 함께했다. 30년간 지속됐던 대규모 집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허됐지만, 홍콩 시민들은 거리 곳곳에서 모여 촛불을 밝혔다. 중국은 영사관의 행보에 불쾌감을 나타내며 이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페이스북에 창마다 촛불을 밝힌 영사관 건물 사진을 올렸다고 전했다. "보편적인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톈안먼 시위 32주년 메시지도 덧붙였다. 홍콩의 EU 사무소도 창가에 촛불을 켠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EU는 보편적 인권을 옹호하며, 전 세계에 이를 존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의 홍콩 특파원공서는 다음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미국 영사관의 촛불 사진을 "졸렬하고 헛된 정치적 쇼"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민주 · 인권 수호를 명분으로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을 간섭하려 했다"고도 덧붙였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톈안먼 추모집회를 불허했다. 홍콩 시민들은 톈안먼 시위 이듬해인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발효된 지난해 처음 불허됐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빅토리아 파크가 봉쇄되고 검문 검색이 이뤄지는 등 규제가 더 강화됐다.
당국의 금지 조치에도 홍콩 시민들은 곳곳에서 모여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은 촛불이나 휴대폰 손전 등으로 불을 밝혔고, 2019년 반(反)중국 시위의 상징인 검은 옷을 입고 당시 시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수백명이 빅토리아 파크 인근에 모여 주위를 따라 걸었고, 일부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렸다. 교회 7곳이 추모행사를 열었으며, 집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홍콩 경찰은 시민들이 켜 둔 촛불을 끄며 해산에 나섰다. 당국은 4일 오후 11시 30분까지 불법집회 참여 선동, 공공장소 문란, 경찰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도심 곳곳에서 최소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코로나19 방역지침인 4인 초과 모임 금지 규정 위반으로 12명에게 벌금을 부과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