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A씨는 샤워하다가 가슴에서 뭔가 만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방암이면 어쩌나 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밤새 인터넷으로 유방암 자가 진단법을 찾아보며 체크했지만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결국 잠을 설치고 다음 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3D 유방촬영기로 촬영해 유방상태를 파악했고 A씨는 유방 조직에 칼슘이 침착돼 하얗게 보이는 미세석회 진단을 받았다. 입체 정위 생검술(Stereotactic biopsy)이라 불리는 조직 검사로 미세석회를 확인했다.
다행히 A씨의 미세석회는 양성으로 판별이 났다. 초기 유방암은 혹으로 나타나지 않고 미세석회로만 드러날 때가 있어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유방 검사에서 미세석회가 양성인지 악성인지 구분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양성 미세석회는 유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악성인 유방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은 현재 국내 여성 암 1위를 차지할 만큼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유방암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2015년 14만293명에서 2019년 22만2,014명으로 4년 새 41.8% 증가했다.
미세석회를 이해하려면 치밀(緻密) 유방을 먼저 알아야 한다. 유방은 모유를 생성하고 모유가 이동하는 유선(乳腺), 유관이 속하는 실질 조직과 이를 둘러싼 지방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실질 조직이 지방 조직보다 많으면 치밀 유방으로 분류한다. 실질 조직이 얼마나 치밀하게 분포하고 있느냐에 따라 치밀도를 크게 1~4단계로 나눈다.
이중에서 1~2단계를 지방형 유방으로, 3~4단계를 치밀 유방으로 나눈다. 3~4단계는 X선 검사에서 50~75% 이상 하얗게 보인다.
우리나라 여성은 70%가 치밀 유방일 정도로 흔하다. 문제는 이 치밀 유방이 유방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치밀 유방인 여성은 기본적인 유방 촬영 검사만으로 유방 내 종양을 발견하기 어려워 유방암 진단을 놓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유방암의 이상 상태 또는 혹 등은 실질 조직에 주로 발생한다. 유방 내 실질 조직과 종양으로 인한 미세석회화 모두 하얗게 표시돼 조직인지 석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 때문에 민감도 높은 디지털 유방 촬영술과 유방 초음파 검사 등 두 가지를 모두 이용해 검진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은 악성 미세석회를 조기에 찾아내면 5년 생존율이 95%까지 올라간다. 유방 미세석회가 악성이라면 단순 칼슘 성분이 아닌 암세포가 석회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유방 내에 암세포가 있을 수 있기에 재빨리 찾아야 한다.
미세석회를 조직 검사한 결과, 양성이라면 수술로 따로 제거할 필요는 없다. 미세석회에 대한 조직 검사는 맘모톰을 이용한 입체 정위 생검술과 절제 생검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입체 정위 생검술은 진공 보조 생검기를 이용한 최소 침습적 수술법으로 5㎜ 이하 절개 후 진공 흡입기기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해 석회 부위의 조직을 얻는다. 상처가 작아 흉터도 거의 남지 않으며 시술 시간도 30분 이내로 짧고 당일 퇴원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안수경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과 교수는 “환자가 대부분 수술할 때 통증과 상처에 대한 염려가 가장 큰데 맘모톰 시술은 흉터가 적고 안전한 국소마취로 통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유방에서 생기는 모든 석회나 혹을 무분별하게 조직 검사하고 제거할 필요는 없지만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면 흉터가 적게 남는 입체 정위 생검술을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