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 공동여론조사] “미국 힘 빌려야 할 정도로...한일 관계 개선 어려움 인식"

입력
2021.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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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여론조사 결과] 日 전문가 평가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지일파 이낙연 전 총리까지 '올림픽 보이콧'"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나빴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데, 이에 동의한다. 한일 국민의 상호 인식은 최근 수년간 크게 악화됐는데, 한국에선 이를 간단하게 일본이 정치적으로 ‘우경화’됐기 때문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 배경에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 변화가 있다.

과거 냉전 시기에는 한일 관계가 비대칭적이었지만 지금은 대칭적(symmetrical)인 관계로 변했다. 한국에선 이에 따라 “과거에는 일본에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했지만 이제 주장해야 한다”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반면 일본은 과거에 한국을 그렇게까지 신경써야 하는 국가로 여기지 않아 관대하게 대했는데, 이제는 한국에 대해 시시콜콜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 전에는 양국 정부 사이에 갈등이 있어도 일본 국민은 크게 개의치 않고 한국에 대한 호감을 어느 정도 유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 국민도 정부 간 갈등을 마치 자신의 문제처럼 반응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국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된 책임은 상대국에 있으며 우리가 먼저 양보할 순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당 기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부분은 “미국의 생각대로 중국이나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일 양국 모두 과반수가 동의한 것이다. 이는 개선의 필요성은 있지만 미국의 힘을 빌려야 할 정도로 양국이 스스로 해결하긴 어렵다는 인식을 나타내는 듯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개선하려면 결국 양국 지도자들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대선주자 중 지일파로 알고 있던 이낙연 전 총리까지 ‘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해 놀라웠다. 한국 대선을 앞두고 돌출되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데, 지난해 말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때 가만히 있지 말고 어떤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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