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18·한국 이름)군의 아버지에게도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행정소송 1심인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아버지 A(55)씨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이새롬 판사는 지난달 27일 A씨가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 개종 경위와 종교적 믿음에 관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이란으로 귀국할 경우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으리라는 공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A씨 부자가 이란 내 가족들과 절연한 상태인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A씨가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살 수 있도록 난민 지위를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2010년 사업 목적으로 아들 김군과 함께 한국에 입국한 뒤 2015년 기독교로 개종했다. 2016년 이들 부자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따르는 모국 이란이 개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귀국하면 종교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이듬해엔 지인의 권유로 천주교로 다시 개종하고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출입국 당국은 두 사람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자는 이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들 부자의 사연은 2018년 김군 중학교 친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1인 릴레이 시위를 하면서 공론화됐다. 김군은 재차 난민 신청을 해서 그해 10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못했다. A씨는 2019년 2월 난민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자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군은 당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개종을 이유로 사형당할지 모르는 이란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버지와 한국에서 함께 살며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