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 GM도 제쳤다… 현대차·기아, 5월 미국 판매 점유율 '역대 최고'

입력
2021.06.04 19:45
10면
1년 전보다 현대차 59%, 기아 75.3% 판매량 급증
2011년 호황기 기록, 10년 만에 경신
"미국의 차 수요 폭발에 신차효과 더해져 선순환"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선전이 예사롭지 않다. 3개월 연속 월간 최고 판매실적을 갈아치우며 마침내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까지 확보했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총 17만4,043대를 판매,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가 9만3,74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판매량이 증가했고, 기아는 8만298대를 팔아 75.3% 급증했다.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 점유율을 보면, 현대차 5.9%, 기아 5.1%로 현대차그룹의 합산 점유율은 11%였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1년 5월(10.1%)을 10년 만에 뛰어넘은 역대 최대치다. 특히 기아는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 점유율 5% 벽도 넘었다. 현대차·기아는 3월 14만4,932대에 이어 4월에도 15만994대를 판매해 월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4월 판매 점유율은 10%였다.

모델별로는 현대차의 투싼(1만8,848대), 싼타페(1만2,868대), 펠리세이드(8,051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호조세를 이어갔고, 제네시스 SUV 모델인 GV80은 2,037대를 판매, 처음 2,000대 선을 넘어섰다. 기아는 세단인 K3(1만3,323대)와 K5(1만2,459대)가 호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차·기아의 실적 고공행진으로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생겼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의 터줏대감 제너럴모터스(GM)까지 앞질렀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점유율 12~14%대를 기록하던 GM의 지난달 점유율은 10.1%로 내려앉았다. 전월 대비 22.4%, 전년 동기 대비 27.1% 급락한 수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 차질을 빚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주춤거리는 일본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요타는 지난달 15.2%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고, 올해 들어 현대차·기아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혼다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9.6% 감소했다.

조수홍 HN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수요 환경이 우호적이고, 신차 효과까지 더해져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선순환 효과는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본격화하면 미국 전기차시장 확대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설비 확충 등 총 74억 달러(약 8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김경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