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TK서 "朴 탄핵 정당"...나경원·주호영은 '사면'에 무게

입력
2021.06.0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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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탄핵은 정당"  羅 "석방 추진"

텃밭 대구·경북(TK)을 찾은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입을 모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국민의힘 전체 당원 중 28%가 집중된 TK 당심을 잡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3일 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권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 사면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중진 후보들과 차별화를 시도중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사면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은 그 시점에 정당했다"면서 "이준석의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거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어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을 꺼낼 생각이 없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줄 생각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은 다른 방식으로 갚겠다"고 했다.

반면 중진 후보들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오전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던 나경원 전 의원은 "(이명박 ·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고령인 데도 불구하고 장기간 구금돼 있다"며 "사면을 애걸하진 않겠지만 반드시 석방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의원도 "이 곳 출신 대통령 두 분이 기약 없이 감옥에 있다"고 우회적으로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문표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치졸하고 치사하다"면서 "즉각 사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의 탄핵 발언에 대해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자기를 발탁한 사람을 배신했다, 탄핵을 찬성했다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힌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권주자들은 TK 지역 발전 방안도 앞다퉈 내놨다. 나 전 의원은 "우리 의원들이 동의해주시면 대구·경북 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이라 이름 붙여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신공항법과 영일만 대교 등 지역 현안을 거론하며 "대구·경북이 힘을 합쳐 지역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경태 의원도 "대구·경북 신공항과 영일만 대교를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빅3' 주자들의 상대를 향한 견제도 이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많은 당권주자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얘기하지만 그 두 글자를 계속 외친다고 통합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중진 후보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설익은 밥솥 뚜껑 여는 리더십이 아니라 안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고, 주 의원은 "본인 재판 때문에 법정에 나가면서 어떻게 전대를 바로 이끌겠단 것이냐"고 나 전 의원을 겨냥했다.

당권주자 간의 뜨거운 대결만큼 장외경쟁도 치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행사장 진입이 통제됐지만, 지지자들은 행사장 입구에 모여 당권주자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특히 나 전 의원과 주 의원 지지자들은 서로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이며 세 과시를 했다. '당대표 나경원'이라 적힌 현수막을 나 전 의원 지지자들이 펼쳐들자, 주 의원 지지자들도 그의 이름이 적힌 부채를 흔들며 '주호영'을 연신 외쳤다.

대구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