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에서 쓴소리 안한 초선들, 실망스럽다

입력
2021.06.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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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만나 내부 단합과 동시에 외연 확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초선 의원들을 만난 것은 지난해 4·15 총선 이후 처음으로, 81명의 초선 중 68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이 4·7 재·보선 참패 이후 민심을 경청하며 쇄신 방안을 논의해오던 터라 초선 의원들의 건의로 이뤄진 이날 만남에서 쓴소리를 담은 다양한 주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국 사태나 종합부동산세 등 민감한 현안은 아예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 의원들은 주로 소상공인 지원 등 정부 재정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대통령 면전에서 초선 의원들이 부동산정책 실패나 국정 운영 스타일 등을 지적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렇게 얌전하고 길들여진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장의 밑바닥 민심을 생생하게 전하고 새로운 발상과 사고 전환을 촉발시키는 역할은 분명 초선들의 몫이다. 4·7 재·보선에서 드러났듯이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때문에 여권에 등을 돌린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치열한 논쟁과 반성이 요구되지만 민심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는 초선 의원을 보기 어렵다. 당내 소신파들이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다 보니 초선들 사이에선 재선을 위해선 ‘찍혀선 안 된다’는 기류가 자리 잡은 듯하다. 당의 활력을 좀먹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이런 맥 빠진 모습과 대조적으로 국민의힘에선 초선 의원들이 점점 더 당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기 당 대표 경선에서 초선의 김웅 의원이 초반 바람을 일으키다 아예 ‘0’선의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몰고 오며 승리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초선들의 기가 살아 있는 당과 초선들이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당 사이에서 젊은 세대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스스로 물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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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