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거침입 강제추행, 미수여도 상해 입혔다면 중형 필요"

입력
2021.06.03 12:00
'주거침입강제추행치상죄' 합헌 결정

타인 주거지에 침입해 강제추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실제 추행범과 동일하게 중형에 처하도록 한 현행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범죄처벌특례법) 제8조 1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 조항은 타인 주거지에 침입해 강제추행 후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상해를 입혔다면 강제추행 미수범도 기수범(실행에 착수해 행위를 종료한 범죄)과 구분 없이 동일하게 처벌된다.

청구인 A씨는 B씨 주거지에 침입해 강제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이 과정에서 B씨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주거침입 강제추행치상죄'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그러자 강제추행이 미수에 그쳤음에도 기수범과 동일한 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주거지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심각할 수 있다"며 "강제추행죄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까지 입게 한 경우 생명권 다음으로 중요한 신체의 안전성을 해쳤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치상죄의 경합범(여러 개의 죄)으로 처벌해서는 이 같은 범죄를 척결하기에는 미흡해 결합범(여러 행위를 합친 하나의 범죄)으로 더 무겁게 처벌하기 위해 '주거침입강제추행치상죄'를 신설한 것"이라며 "(이런 취지에 따르면) 심판대상조항이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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