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신임 검찰총장(58)이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첫 머리에 강조한 것은 역시나 ‘검찰개혁 완성’이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검ㆍ경 수사권 조정 시행과 함께, 70년 만에 바뀐 새 형사사법제도 안착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검찰의 직접수사도 최소한으로 절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손발을 맞추려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은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으로 최근 법무부가 추진 중인 ‘형사부 직접수사 제한’ 방침과는 다소 결이 다른 조직 운영 방향도 내비쳤다. ‘친(親)정권 성향’ ‘정치적 중립성 의심’ 등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굳건한 방파제’ 역할을 자처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오랜 산고 끝에 제도적 검찰개혁이 이뤄졌다”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사 관행과 조직문화의 혁신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검찰개혁을 완성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실제 김 총장은 ‘사법 통제관’으로서의 검찰 역할을 강조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현 정권이 검찰에 꾸준히 요구해 온 사항을 들어 ‘검찰의 변화’를 촉구한 셈이다. 김 총장은 “경찰이 수사에 있어 더 큰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받은 지금, 국민의 인권보호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이 반부패 대응역량 유지를 위해 우리에게 남겨 주신 6대 중요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검사 본색(本色)’도 드러냈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선 “수사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며 “일선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따라 권한을 부여받은 고검장과 검사장을 중심으로 검사들이 수사와 사건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사 개시 및 사건 처리와 관련한 일선 수사팀 판단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형사부 검사가 직접수사를 할 땐 검찰총장 또는 법무부 장관 승인을 얻도록 한 법무부의 검찰조직 개편안과는 사실상 반대 방향의 조직 운영 원칙을 표명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는 시선을 의식한 듯, 그는 “일체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공언했다. 취임식에 앞서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대검 청사에 도착했을 때에도 김 총장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다시 검사가 돼 감개무량하다. 검사가 됐으니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총장은 아울러, 검찰 구성원들에게 ‘실사구시’의 자세도 당부했다. 또, 최근 1년간 극심한 내부 분열을 겪었던 검찰 조직을 향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원팀(One Team)’으로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본격적 업무 수행에 앞서 가장 먼저 선배검사의 폭언ㆍ폭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故) 김홍영 검사의 부친에게 전화해 ‘검찰 조직 문화 개선’을 약속했다고 대검은 밝혔다. 그는 또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라임ㆍ옵티머스 사태 사건’ 등에 대해 일절 보고를 받거나 지휘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