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육가공업체 중 한 곳인 JBS가 ‘사이버공격’을 받았다. 북미와 호주 정보기술(IT) 시스템 서버가 영향을 받으면서 작업장 여러 곳의 운영도 중단됐다. 미국 송유관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이 일어난지 한 달도 안 돼 사이버공격이 재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브라질에 본사를 둔 JBS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30일 미국 지사인 JBS USA가 해킹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JBS 측은 “자사의 북미 및 호주 IT 시스템을 지원하는 일부 서버에 조직적인 공격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사고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고객 및 공급업체와의 특정 거래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현재로선 고객이나 공급업자, 종업원의 데이터까지 손상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백업 서버에 악영향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육가공전문매체 ‘비프센트럴’은 브렌트 이스트우드 JBS 호주 최고경영자(CEO)를 인용, 해킹 여파로 호주 JBS 47개 작업장 중 일부가 운영을 중단했으며 작업 재개 시점도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비프센트럴은 “호주의 육류 가공 작업은 IT 시스템에 대한 정상적인 접근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평가했다. 데이비드 리틀프라우드 호주 농업장관 역시 “추가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해 피해가 확산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호주뿐 아니라 캐나다의 앨버타주(州) 소재 JBS 육류처리 공장도 작동을 멈췄다는 전언(블룸버그통신)도 나왔다.
통계분석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JBS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매출 349억달러를 올려 1위인 타이슨푸드(421억달러)에 이은 2위 업체다. 업체 측은 미국 84곳을 포함, 전 세계 20개국에 육가공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이번 사이버공격을 주도한 세력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공급망을 겨냥한 잇단 사이버공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7일엔 미 최대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커단체 ‘다크사이드’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휘발유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휘발유에 이어 미국인의 ‘주식’ 격인 육류를 타깃 삼았다는 점에서 일상 생활의 숨통을 조이려는 불순한 의도가 분명해진 셈이다.
전문가들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폴 로젠츠바이크 전 미 국토안보부 정책부차관보는 USA투데이에 “최근의 사이버공격은 안전지대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서 “육류가공산업도, 화학산업도, 폐수처리산업도 모두 해킹의 먹잇감”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