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발목 잡힌 송영길호

입력
2021.06.01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4·7 재보선 참패 후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호는 민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며 지지율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1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송 대표가 회의 석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도 소통과 경청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도 전에 다시 ‘조국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드는 모습이다.

□ 송 대표는 지난달 25일부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울· 부산 출신 20대 당원부터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청년은 “조국 사태를 비롯한 여러 내로남불을 어떻게 매듭지을 것이냐"고 따졌다. 지난달 16일 성년의 날 기념 20대 간담회에서도 청년들의 질타는 비슷했다. 송 대표는 "가시방석"이라며 미안해했다. 이런 청년들의 민심을 들은 송 대표가 이 문제를 덮고선 그들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몰고 오니 조바심도 적지 않을 터다.

□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송 대표가 2일 대국민 보고회에서 사과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이 1일 출간되면서 민심경청 구상도 어그러졌다. 청년층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를 냈다가는 강성 지지층이 격렬하게 반발할 게 뻔하다. 당 안팎에선 “과도한 수사를 당한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이 시점에 책을 내 당에 부담을 줘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검·언·정 카르텔의 합작 공격으로 불리하게 형성된 여론을 계속 감수하며 살라는 것인가”라며 책 출간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검찰발 쿠데타'로 억울하게 당했다면 법정에서 팩트로 반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와 가족이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무슨 책을 내지 않더라도 논란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고 여론도 반전될 수밖에 없다. 이를 건너뛴 회고록 출간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부류만 증가시켜 갈등을 키울 뿐이다. 국민의힘에선 흥행판이 벌어지는데 민주당에선 분열만 가중되고 있다는 한탄이 나온다.

송용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