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려…병원들 거부에 2시간 동안 떠돈 응급환자

입력
2021.05.31 16:20
분당서 혼수상태 빠진 70대
2시간 떠돌다 의정부성모병원서 치료
구급대원, 병원 의료진에 감사 편지 보내

병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인 것을 우려, 환자 수용을 거부해 응급환자가 2시간 가까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1일 의정부성모병원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소방서 야탑119구급대 소속의 박철우 구급대원은 지난달 “환자를 받아주신 응급실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박 대원은 지난달 25일 오후 5시쯤 “70대 여성이 혼수상태”라는 신고전화가 왔다는 성남 분당소방서의 상황을 전달받고 대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환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저혈당 쇼크로 혼수상태에 빠져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박 대원은 환자를 119구급차에 태운 뒤 이송할 병원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병원들은 환자에게 미열과 가래 증상이 있다는 말에 코로나19를 우려, 격리실이 부족하다며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 그렇게 경기남부와 서울지역 병원 12곳에 전화를 했지만 대부분 같은 이유로 환자를 받아주지 않았다.

박 대원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다급한 마음에 50㎞ 떨어진 경기북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의정부성모병원에까지 연락했다. 병원들의 잇단 거부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병원 측은 흔쾌히 환자수용 의사를 전해왔다.

당시 근무 중이던 박정택 응급의학과 교수는 박 대원의 전화를 받고 “어떻게 여기까지 연락했느냐. 바로 와라,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달라”고 답을 했다.

환자는 결국 응급차에 탑승한 뒤 2시간이 조금 넘은 오후 7시 7분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 현재 이 환자는 무사히 퇴원해 집 근처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코로나 검사도 받았는데 결과는 음성이었다.

박 대원은 이 병원 의료진에 편지를 보내 “덕분에 환자를 잘 인계해 드리고 와 책임을 다할 수 있었다”며 “항상 바쁘고 힘들텐데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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