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인사경영국 소속 차현진 연구조정역(국장)은 3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과 관련, "화폐는 민간이 정하는 게 아니고 국가가 정하는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영원히 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개발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역시 "하나의 실험 정도"라며 "빨리 도입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국장은 이날 "옛날에는 조개껍질을 돈으로 썼다느니 이런 환상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쓰면 돈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수표나 신용카드, 백화점 상품권을 많이 쓴다고 그게 화폐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개껍질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써서 돈이 된 것이 아니라 그때 당시 부족장 또는 왕이 이걸 돈으로 쓰자 하는 명령에 의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법정화폐(法定貨幣)'만이 화폐라는 의미다.
법정화폐가 통용되지 않는 국제 거래 영역에서는 국제질서의 힘을 반영해 미국 달러가 주로 쓰이고, 이전엔 금을 기준으로 국제 무역을 하는 금본위제가 존재했다. 그런데 차 국장은 비트코인을 금과도 비교해 '척도'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화폐의 기능 중에 하나는 가치의 척도인데 거기에 미터가 되든지 센티미터가 되든지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단위가 없는 개수로 거래된다"며 "그 자체를 그냥 상품 또는 디지털 아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실체에 정확한 것 같다"고 했다.
차 국장은 가상화폐가 자산은 될 수 있으며, 투자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도, 투자자 보호 요구도 타당하다고 했다.
그는 "거래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내년부터 250만 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투자 이익에 대해서 과세를 한다고 했는데 그 방침은 크게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단 "거기에 상응하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요구도 일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국장은 한은 등 여러 중앙은행이 개발 중인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도 "빨리 도입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CBDC 개발은 세계적 추세인데, 블록체인(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에 대한 환상들이 너무 심해서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니 제도권에서도 같은 기술로 한번 같은 걸 시도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하나의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화폐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스웨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금융의 포용성에 어긋난다'며 법정화폐 인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CBDC 개발과 도입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서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즈음해 중국 전역에 보급하려고 하는데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 목적보다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재벌 독점을 방지하고 정부가 그 사업을 해야겠다는 차원에서 (CBDC 개발 보급을) 시작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차 국장은 국제적인 가상화폐 규제가 본격화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금년 하반기나 내년쯤 가상자산 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돼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채굴의 70%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이미지 개선 과제도 있기 때문에 중국이 규제 강화의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