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인 스페인 마드리드에 올해 10년 만에 50㎝의 눈 폭탄이 내렸다. 지난 겨울 대만에선 기습한파로 126명이 사망했고, 한반도는 작년 기록적 폭우로 시름을 앓는 등 세계는 기후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후·환경 및 사회·경제적 대전환의 시대를 대처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기업,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판 뉴딜 중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성공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더욱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패러다임이 뒷받침돼야 한다.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 공유경제를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유경제는 에어비앤비와 같이 물품은 물론, 생산설비나 서비스를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다.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필요 없는 경우 빌려주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의 공유경제 도입은 에너지 관리의 최적화로 효용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저감함으로써 그린뉴딜을 지원한다. 그간의 중앙집중형 탄소경제 인프라를 탈탄소 중심의 ICT 기반 분산형 인프라로 전환해 잉여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기존 인프라의 디지털화와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즉각적이고 정확도가 높은 일원화된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장 실천 가능한 분산형 인프라 전환사업을 제안하고자 한다. 모든 공공기관에 에너지 효율화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을 적용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프라를 도입하여 '공공기관형 마이크로 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가 융복합돼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전력체계다. 향후 중앙의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와 접목하면 남는 에너지를 다른 시설로 보낼 수 있어 공유경제 실현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 그리드 간 에너지를 직접 교환·판매하도록 법·제도적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
전자통신동향분석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소비량의 40%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공기관은 선도적으로 마이크로 그리드를 도입하여 에너지 공유경제 실현을 이끄는 견인차가 돼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함께하는 에너지 관리 혁신으로 한국판 뉴딜이 꽃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