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밟고 가라"는 조국... 시험대 오른 민주당 "하필 지금"

입력
2021.05.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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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나를 밟고 가라'했지만... 하필 지금"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가 30일 한 얘기다. 다음 달 1일 예정된 조 전 장관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을 두고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부에서는 '조국 사태'를 사과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까지 부상했다. 하지만 회고록 출간으로 조 전 장관에 우호적인 내부 여론이 다시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은 피해자'라는 인식에 막막한 송영길호

민주당의 딜레마는 조 전 장관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에서 비롯된다. 여권에서는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조 전 장관을 친문재인계 의원 다수가 지지한다. 당내 열성 지지층은 '조국 수호'를 일종의 신념으로까지 삼는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3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 회고록이 나오면 의원들이 열독할 것"이라며 "당 내부에서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희생된 피해자'라는 인식이 크다 보니 송영길 대표의 운신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계 표심을 의식한 민주당의 주요 대선주자들도 조 전 장관을 감싸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가족이 수감되시고, 스스로 유배 같은 시간을 보내시는데도 정치적 격랑은 그의 이름을 수없이 소환한다"며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부디 '조국의 시간'이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조 전 장관도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당 일각에서도 선거 패배가 '조국 탓'이라고 한다.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며 "저를 밟고 전진하라"고 했다.

"이준석 돌풍 부는데, '조국 사태' 사과조차 못 하면..."

하지만 '조국 사태' 자체가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이런 주장은 특히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선전하고 있는 30대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과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이준석 돌풍'과 대비될 수 있다"며 "혁신하지 못하고 고루한 모습으로 당이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4월 보궐선거 참패 뒤 민주당 서울시당이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조사에서도 '조국 사태'는 주요 패배 요인으로 꼽혔다. 25일 의원총회에 보고된 중앙당의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에서도 조 전 장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성됐다고 분석했다.

공 넘겨받은 송영길, 기자간담회에서 사과할까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스탠스는 결국 송 대표가 정리를 해야 할 문제다. 송 대표 역시 25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조국·오거돈·박원순 사태부터 시작해 우리 당의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까지, 당이 '피해 호소인' 같은 말로 논란을 빚기도 했고, 명쾌하고 정확하지 못했다"며 "당을 대표해 정리한 것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회고록 출간이 예고된 다음달 1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송 대표가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