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짜리 콘서트 입장권이 백신 안 맞으면 111만원

입력
2021.05.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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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미접종자 불이익 부과 사례 등장
인센티브 이어 페널티 동원해 접종 유도
복권은 효과… 홍콩선 아파트가 경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유도 수단에 복권 같은 인센티브(유인책)만 있는 건 아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한테는 입장권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파는 식의 불이익을 안기는 페널티(벌칙)도 등장했다.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에서다.

28일(현지시간) 미 ABC방송에 따르면 플로리다주(州)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다음 달 열리는 록 밴드 ‘틴에이지 보틀로켓’의 콘서트 입장권 가격은 18달러(약 2만 원)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다. 백신 미접종자는 55배인 1,000달러(111만 원)를 지불해야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사실상 티켓을 팔지 않겠다는 얘기다.

명분은 공동체 안전이다. 콘서트 기획자인 폴 윌리엄스는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를 보호하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레이 칼리즐은 “밴드 멤버 모두 백신을 맞았다”며 팬들을 상대로 “객석에서 우리와 만날 수 있도록 관객도 모두 백신을 맞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그러나 접종 견인을 위해 주로 쓰이는 방법은 인센티브다. 무엇보다 미접종자 차별 논란을 피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센티브는 복권이다. 오하이오ㆍ오리건ㆍ콜로라도ㆍ메릴랜드ㆍ뉴욕주 등이 앞다퉈 ‘백신 복권’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최근 오하이오주에서는 첫 당첨자가 배출되기도 했다. 100만 달러(약 11억 원)와 대학 학비를 받기 위해 성인 275만8,000여 명과 12~17세 청소년 10만4,000여 명이 당첨에 도전했다. 1주일간 접종 시작 인구 33% 증가 효과를 본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진짜 낭비는 원하면 누구나 접종받을 수 있도록 백신이 준비됐는데도 코로나19로 목숨을 잃는 것”이라며 ‘돈 낭비’라는 비판에 반박했다.

미국뿐 아니다. 홍콩에서는 15억 원 상당 아파트가 경품으로 걸렸다. 29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사이노그룹(信和集團)과 차이니스 이스테이츠 홀딩스(華人置業) 등 홍콩의 부동산 재벌 기업들은 전날 공동으로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한 경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1등 경품이 1,080만 홍콩달러(약 15억5,000만 원)인 42㎡(12.7평) 면적의 침실 하나짜리 새 아파트다. SCMP는 “아파트 제공은 주택이 심각하게 부족한 홍콩에서 독특한 의미”라고 분석했다. 맞춤형 인센티브인 셈이다.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