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시장 매출이 '반토막' 났지만, 객석 띄어 앉기 조치가 완화된 2월 이후 점차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장 집단감염 사례 '0건'이라는 성과를 거둔 공연계 방역 노하우가 재기의 원동력이 됐다.
30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공연 건수는 6,053건, 매출액은 1,303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전이었던 전년 동기(1만2,049건ㆍ2,878억여 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특히 공연시장의 대목인 연말 공연의 타격이 컸다. 2019년 12월에는 그달 거둔 매출이 561억여 원으로 연간 매출의 5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한 반면, 지난해 12월은 50억여 원에 그쳐 10분의 1 이상으로 줄었다. 연중 비중으로 따지면 4%에 불과하다. 지난 12월은 전국의 코로나19 1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지역 감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은 코로나19 본격화로 공연 중단 및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객석 두 칸 띄어 앉기 규제가 시행됐던 시기로, 공연계로선 '고난의 행군'을 걸었던 시간이다. KOPIS 통계는 전산으로 예매·발권된 티켓을 기준으로 집계된 터라 실제 피해는 드러난 수치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장르별 편차도 있었다. 공연계 전체 매출의 81%를 차지하는 뮤지컬이 이 기간 1,055억여 원으로 나타나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두 번째로 시장이 큰 연극은 142억여 원으로, 전년 대비 42%로 감소했다. 클래식은 3분의 1 수준(72억여 원)으로 줄었고, 무용은 10억여 원으로 전년도의 10분의 1도 안 됐다. 국악은 2억여 원으로 5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당장의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작품들로 관객이 몰렸다. 지난해 유료관객이 가장 많았던 공연 목록에는 1위 '모차르트!', 2위 '드라큘라', 3위 '오페라의 유령', 4위 '레베카', 5위 '웃는남자' 등이 올랐다. 모두 공연제작사들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흥행 뮤지컬들이다.
코로나19는 지역 간 문화 격차도 심화시켰다. 이 기간 공연계 전체 매출의 93%(1,210억여 원)는 서울 공연에서 나왔다. 공연 건수도 과반(2,657건)을 차지했다. 전년도만 해도 서울의 공연 건수가 전체의 46%(4,529건), 매출 비중이 76%(2,206억여 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가 쏠림 현상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해 들어 방역 시스템이 다시 안정을 찾고,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면서 공연계는 서서히 회복세에 돌입했다. 지난 1월 343건(매출 37억여 원)이었던 월간 공연 건수는 3월 732건(208억여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3~5월 매출은 2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 3개월 매출 규모(686억여 원)는 코로나가 극심했던 전년 동기(253억여 원) 대비 2.5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공연 시장의 숨통을 틔운 계기는 객석 간 띄어 앉기 규제의 완화로 풀이된다. 지난 2월을 기점으로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시행되더라도 좌석을 한 칸씩만 띄워서 공연을 개최할 수 있도록 방역 지침을 완화했다. 게다가 동반자의 경우 최대 4명까지 좌석을 연이어 예매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가족이나 지인과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이 적지 않은 만큼 이런 조치는 수익성 개선으로 즉각 이어졌다.
팬데믹 탓에 지난해 공연계 실적은 처참했지만 완전 '셧다운(폐쇄)'이 이뤄졌던 해외 공연장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노승림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교수는 "독일과 러시아 등에서도 공연장 방역지침이 시행됐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해 파행된 곳이 많은데, 한국은 아직까지 의미 있는 감염 사례가 없었다"며 "국내 공연단체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