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객기 강제 착륙’ 벨라루스에 고강도 제재 추진

입력
2021.05.29 15:49
벨라루스 국영기업 9곳 경제 재재
미국민에 벨라루스 여행금지 경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민간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켜 반(反)체제 인사를 체포한 벨라루스에 고강도 제재 부과를 추진한다.

28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벨라루스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은 국제 규범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이라고 비판하며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명단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내달 3일부터 벨라루스 국영기업 9곳에 대한 경제 제재가 부활한다. 이에 따라 미국민은 이들 기업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또 벨라루스의 인권 침해와 부패, 지난해 대선 부정 투표, 여객기 강제 착륙 등에 책임이 있는 정권 핵심 인사를 겨냥한 제재 명단도 작성 중이다.

아울러 백악관은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인권 유린을 저지른 벨라루스 정권을 지지하는 인사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재무부가 새로운 행정명령을 입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양국이 체결한 항공서비스협정도 중단하기로 했다.

국무부는 미국민에게 벨라루스 여행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하는 ‘4단계 여행 금지 경보’를 발령했다. 연방항공국도 미국 항공사가 벨라루스 영공을 비행할 때 극도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는 공고문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사키 대변인은 “벨라루스 정부는 국제사회가 이번 사건을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즉각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 아래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야당 및 시민사회 단체 지도자들과 포괄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3일 전투기까지 동원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뒤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반체제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첩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여객기엔 리투아니아 등 12개국 승객 170명이 타고 있었다.

국제사회는 즉시 벨라루스를 규탄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벨라루스 국적항공사에 EU 역내 비행과 공항 이용을 금지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도 공동 성명을 통해 제재를 예고했고, 유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국제항공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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