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평등' 우표라더니 흰색이 더 비싸… 스페인 피부색 우표 '역풍'

입력
2021.05.28 18:21
우표 색이 밝을수록 고가… "되레 인종주의 강화" 비판

검은색 우표는 70센트, 하얀색 우표는 1.6유로?

스페인의 우편 공기업 코레오스가 인종차별을 비판하려 내놓은 ‘평등 우표’가 뭇매를 맞고 있다. 피부색을 본떠 네 가지 색으로 출시했지만 밝은 색은 비싸게, 어두운 색은 싸게 값을 매겨 오히려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스페인이 ‘유럽 다양성의 달’과 ‘조지 플로이드 사망 1주년’을 맞아 발행한 평등 우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람의 가치는 색에 따라 달라져선 안 된다”는 발행 취지가 무색하게 색이 밝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흑인을 상징하는 검은색 우표는 70센트인 반면 백인 피부색과 가장 비슷한 우표는 1.6유로로 2배 이상 비싸다.

코레오스는 “어두운 색 우표가 더 저렴한 건 사용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렴한 검은색 우표가 더 많이 사용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인종 불평등을 더 자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은 정반대다. 인종 감수성과 다양성이 부족한 스페인 기업의 참상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은 “어쩌다 인종차별”, “어쩌다 복스(스페인 극우정당)”라며 평등 우표가 어두운 피부색을 저평가해 인종주의를 강화했다고 조롱했다.

최근 스페인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책을 출간한 모하 게레호우 작가는 “이러한 캠페인이 실패하는 건 그 주체가 백인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인종 편견도 한층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인종혐오ㆍ외국인 혐오 범죄는 무려 20% 폭증했다.

홍승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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