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 2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접종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충북 청주의 위탁의료기관인 베스티안 종합병원을 찾았다.
'상반기 1차 접종자 1,300만 명'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한 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900만 명을 접종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기여서다. 하지만 정 청장은 이 자리에서도 한 접종자로부터 “화이자 백신을 맞고 싶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전날 백신 접종자에 대한 노마스크 허용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약속했으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줄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인지 26일 기준 70~74세의 접종 예약률은 70.1%, 65~69세는 65.2%에 그쳤다. 목표치 8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은 '인센티브'보다 '촘촘한 이상반응 관리책'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접종자는 더 크게 불어날 예정이어서다. 접종 첫날인 이날만 해도 오후 6시 기준 AZ 백신은 56만 4,000여명, 화이자 백신은 8만 2,000명 등 모두 64만 6,000여명이 접종했다. 이상반응을 두고 그저 “과도한 불안과 막연한 걱정”이라고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우선 지금의 보상·지원 체계는 신고가 있어야 반응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고령의 어르신들은 따로 떨어져 살거나 신고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말도 꺼내 보기 전에 위험해질 수 있다.
실제 울산 울주군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은 80대 할머니가 접종 뒤 이틀 만에 자택에서 홀로 숨졌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혼자 사는 고령자가 접종 뒤 방치되는 걸 막기 위해 지역의 사회복지사가 전화나 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역당국도 75세 이상 접종자에 대해 3일 정도 연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담당 의사,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의 신고가 없으면 이상반응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울주군 80대 할머니의 경우도 본인이나 보호자, 의사의 이상반응 신고가 없이 홀로 숨진 경우여서 이상반응 조사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인과성이 있네 없네 따질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방역당국도 뒤늦게 "변사 사건 발생 때는 경찰과 함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접종 대상인 60~74세 어르신들은 AZ 백신의 희귀 혈전증 이상반응을 걱정한다. 실제 이들을 부모나 친지로 둔 3040 직장인들 사이에선 "어르신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나온다. 천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지금도 AZ 백신 맞아도 되는지를 묻는다”며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국민들은 훨씬 더 불안해 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는 AZ 백신이 10만 명당 2.62명, 화이자 백신은 2.71명이다. 이 정도면 비슷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5일 열린 제2차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는 190건을 심의해 그 중 166건에 대해 보상 결정을 내렸다. 적극 보상이 필요하다는 여론 덕분인지 의외로 폭 넓은 보상이 인정된 셈이다. 하지만 심의에서 탈락한 이들은 소수라 해도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접종과 이상반응 관계를 배제할 수 없으면 보상이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심의 내용에 대해 왜 그런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