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한반도 비핵화' 논란 바람직하지 않다

입력
2021.05.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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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협상의 목표에 대한 논란이 새삼 일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미 정상회담 성과 브리핑에서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와 우리 정부가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힌 것이 불씨가 됐다. 논란은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서로 엉켜 혼란스럽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경우, 그동안 한미는 두 용어를 혼용해온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 한반도 비핵화로 공식화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도 북한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가 사용됐다.

한반도 비핵화는 멀리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부터 남북이 쓴 용어다. 그 의미에 대해 공동선언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配備) 사용의 금지와 핵사찰까지 규정하고 있다. 당시에 비해 북한 핵 능력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지금은 의미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주한미군 핵이 철수된 상황에서 북한 핵도 없애 한반도를 비핵화하자는 취지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남쪽에 핵무기가 없으니 한반도 비핵화가 곧 북한 비핵화라는 논리를 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에도 한반도 비핵화가 등장하는 걸 보면 남북미 3국 모두 이 용어의 사용에는 일치했다. 그렇다고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북한은 핵 공격에서 한국을 보호하는 핵우산의 제거, 핵 사용권을 가진 미군 철수까지 포함한 의미로 쓰고 있는데, 정 장관이 이를 모를 리는 없다. 그의 발언이 한편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상 이해는 되지만 부적절한 건 사실이다.

다만 이를 이유로 논란을 확대하며 비핵화의 의미를 갑자기 분명히 하는 것은 생뚱맞고 북핵 협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개념 차이가 워낙 큰 대북 협상은 사실 유리한 해석이 가능한 영역을 상정해 놓고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협상 목표를 재확인하는 논의는 유익하지만 도를 넘는 공방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