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도 2년째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쌍방향 수업에 나도, 어린이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상황에서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학습 활동들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구글 어스, 카카오 지도와 같은 지도 앱으로 가상 여행을 함께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가상의 지구본을 빙글 돌리면서 에베레스트산에 순식간에 도착하기도 하고, '서울의 생활'(서울시 지역화 교과서)을 펼쳐놓고 책에 소개된 고궁과 큰 공원, 시장과 화려한 도심을 스트리트 뷰로 함께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가 한숨을 쉬면서 “아, 여행 가고 싶어요!”라고 외치게 된다. 선생님 마음도 그렇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신나는 추억을 잃어버린 어린이들에게 미안해져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지하철 노선도가 있는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 학교에서 경복궁에 가려면,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려면, 어린이 대공원에 가려면 몇 호선을 타고 어떻게 갈 수 있을지 함께 궁리해본다. 지하철 노선도를 통해 어린이들과 서울과 수도권의 각 지역을 탐색하다 보면, 우리가 어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나게 된다. 물론, 지하철 노선도라는 기호를 해독하고 활용하는 삶의 지식은 덤처럼 따라온다.
'열두 달 지하철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지도의 스트리트 뷰와 지하철 노선표, '서울의 생활'을 오가는 가상 체험학습에 풍성함을 더해준 책이다. 이 책은 아이와 아빠가 휴일을 맞아 지하철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그림책이지만, 아마도 이제 막 자신의 동네를 벗어나, 세상으로 한 발짝 호기심을 넓혀가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유용한 여행 가이드북이자 관광지도일 것이다.
책은 2021년 2월 기준 수도권 도시철도의 정보를 중심으로, 각각의 지하철 노선, 그 노선이 지나는 주요 역과 인근 지역에 대한 안내를 그림지도, 노선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여행 이야기를 통해 흥미롭게 구성하여 제공하고 있다.
지하철 여행 책답게 지하철 자체에 대한 정보도 다채롭다. 각각의 역 이름은 왜 그렇게 지어졌을까? 전철은 보통 몇 량일까? 지하철로 한강을 어떻게 건너는 걸까? 어떤 역의 에스컬레이터는 왜 그렇게 긴 걸까? 언제나 타고 다니지만 잘 몰랐던 지하철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 가이드 또한 풍성하다. 각 노선이 지나는 지역은 그림지도로 재구성되어 한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을 타고 매일 출퇴근하는 어른이라도, 땅속으로만 다닐 때에는 주황색, 초록색, 보라색, 파란색으로 존재하는 각각의 노선이 이렇게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일년의 열두 달에 가장 적합한 지하철 여행은 무엇일까? 5월에는 5호선을 타고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탐험할 수 있다. 5호선이 지나는 서울의 그림지도를 중심으로, 여의도역의 국회의사당, 여의나루역의 63빌딩, 서대문역의 정동제일교회와 덕수궁,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을 찾아갈 수 있다.
8월에는 8호선을 타고 먼 옛날로 산책을 떠난다. 남한산성 입구에서 석촌역의 백제 고분으로, 몽촌토성역에서 천호역의 풍납토성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암사역의 서울암사동유적으로 선사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의중앙선을 ‘역사의 아픔을 딛고 희망을 꿈꾸는 노선’으로 이름 지어 행주산성에서 용산 전쟁기념관, 효창공원, 임진각으로 엮는 등, 각각의 노선에서 끌어낸 이야기들이 탁월하다.
각각의 여행지에 대한 안내도 상세하다. 뚝섬 유원지, 성수역 구두거리, 선유도 공원, 의암호 등 꼭 지하철을 타고 가지 않더라도, 수도권 곳곳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산업과 상업 중심지에 대해 어린이들은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