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아이돌 넘어 아티스트다

입력
2021.05.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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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빌보드 어워드 4관왕 소식이 뜨겁습니다. 이미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 가수’의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어 2020년대에 전 세계를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팝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들. 우리 어린 시절 즐겨 듣던 브리트니 스피어스, 백스트리트 보이즈 같은 해외 톱스타와 같은 느낌으로,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한국 가수를 동경하고 있다니! 때로는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들의 성취 뒤에 항상 따라붙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군대 어쩌지?’입니다. 이미 30대에 접어든 멤버도 있다 보니 2년여간의 공백이 BTS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친구들끼리 모여도 자주 이야기하는 토픽이고요. 하지만 매번 저는 이렇게 말한답니다. “2년간의 공백이 있다고 BTS가 주춤? 아닐걸?” 열렬한 팬심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아닙니다. 그들은 아이돌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무기가 있거든요. 바로 모든 멤버가 일정 수준 이상의 셀프 프로듀싱 능력을 갖추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라는 겁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획사와 프로듀서의 콘셉트에 맞추어 노래, 춤을 ‘수행’하기만 하는 경우에는 한 명의 결정권자가 트렌드를 읽지 못하거나, ‘감이 떨어졌을’ 경우 쉽게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멤버 각자가 트렌드를 읽고, 기획을 하며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상황변화에 대한 대처능력도 높을 수밖에 없지요. 한 명의 프로듀서와 다수의 수행원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선장이자 기획자로 능력치를 갖추고 있는 셈이랄까요?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룹 초기, 방시혁 프로듀서의 리더십이 컸습니다. 멤버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며 스스로 제안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지요. 한 번도 음악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멤버들에게도 원한다면 비트를 만들고 가사를 써올 수 있도록 독려하고, 타이틀곡의 방향성 역시 멤버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톱스타가 되어 발언권이 생긴 뒤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10대 청소년이던 때부터 말입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자신 없었을 어린 소년들. 하지만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낸 베테랑 작곡가가 지지해주고 믿어주고 자율성을 주었을 때, 그들은 ‘반사된 자기효능감’을 느끼며 성장한 겁니다.

진로 심리학자 이항심 교수에 의해 주목받는 ‘반사된 효능감’이란 개념은 사회초년생의 성장에는 필수적인 개념입니다. 일 경험이 적은 초년생이 해본 적 없는 낯선 과업을 부여받았을 때, 스스로가 자기효능감을 가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자기확신의 근거가 될 성취 경험의 데이터가 없으니까요. 이럴 때, 자신보다 일과 성취의 경험이 많고 존중할 만한 윗사람이 해주는 한마디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내가 봤을 땐 너 이거, 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말 같은 것들이지요. 더 경험이 많은 누군가가 나의 역량을 먼저 알아봐주고 믿어주고 표현해주는 것. 그리고 자율성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상상초월의 슈퍼스타’ BTS를 만든 중요한 동력 중 하나인 셈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10년 전의 BTS처럼, 아직 싹트지 않은 청춘의 재능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일방적 지시 대신, ‘반사된 효능감’을 심어주고 믿어준다면 또 다른 상상초월의 성취가 곳곳에서 꽃 피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