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의 인권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한중 간 특수관계에 비춰 우리 정부는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계속 자제해왔다"고 밝혔다.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3개 부처 합동으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을 통해서다. 전날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으로 기운 외교의 무게 추를 다시 옮기는 듯한 모습이다.
정 장관은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을 다룬 반면 중국의 홍콩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인권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 (인권) 문제에 관해 국제사회에서 여러 논의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한중 특수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우리 정부의 입장이 공동성명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달 미일 공동성명과 달리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 인권'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압박을 우리가 일정 부분 막아낸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명기된 것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는 양안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런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 내용이다. 역내 평화, 안정은 역내 구성원 모두의 공통적인 희망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중국과의 특수관계'를 거듭 강조한 것은 중국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이 명기된 것에 대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다. 불장난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남중국해 등을 명기하는 등 미국 측 요구를 다수 수용해놓고 뒷수습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중 간 특수관계 때문에 중국 내정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면,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자제했어야 맞다"며 "결국 필요 이상으로 미국 요구를 수용했다가 이제는 중국의 보복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외교부 장관이 공동성명 작성 과정에서 "한중 간 특수관계를 고려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한미 정상 간 공통 인식을 담는 외교 문서에 제3국(중국)을 배려했다는 외교 관습에서 벗어난 발언이다. 중국의 반발을 시급히 진화해야 한다는 압박의 방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