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 중 하나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방역 조치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차 접종률이 한 자릿수인 상황을 감안하면 시기상조이고, 행정적 부담에 비해 접종률을 높이는 효과도 높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차라리 이상반응을 겪은 사람에 대한 치료비나 접종자 모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의 경제적 인센티브가 더 낫다는 제안까지 나온다.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여당은 이르면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센티브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정은 접종 완료자에 한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규제와 오후 10시 이후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주고, 복지관 및 사회시설 이용료 할인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방역 조치 완화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많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완화 등은 방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고령층의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인데, 밤 10시 이후 돌아다니는 것을 허용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다"며 "어차피 7월부터 새 거리 두기 체계가 적용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효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아 시기상조란 지적도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해외 일부 국가들이 노 마스크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접종률이 충분히 높고 기존의 방역 규제가 심했기 때문"이라며 "1차 접종률이 7.5% 정도인 상황에서 방역과 관련된 인센티브를 검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방역조치를 완화하면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접종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일일이 구분하는 데 따른 행정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라리 경제적 지원 방안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재훈 교수는 "접종률 제고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 정부가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 시 마스크나 손세정제 같은 개인 위생 물품을 지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반면 김윤 교수는 "예산이나 소급 적용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지원금 지급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차라리 이상반응을 겪은 사람들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욱 부연구위원도 "현재 시행 중이거나 시행 방침을 밝힌 자가격리 면제나 요양병원 등의 대면 면회 허용, 어르신들의 경로당이나 사회복지관 출입을 허용하는 정도가 가장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인센티브보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윤 교수는 "80%대에 이르던 접종률이 50%대 중반까지 떨어진 것은 정부가 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원인은 그대로 두고 엉뚱한 처방을 내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부회장도 "고령층 접종을 앞두고 지금이라도 정부가 사회지도층이나 전문가들의 공개 접종 등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장영욱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인센티브를 과하게 주면 그만큼 부작용이 큰 것 아니냐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정부의 메시지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