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고령화가 생산성 하락 가져올까?

입력
2021.05.26 00:00
26면
고학력화가 고령화효과 압도하는 미래
인구 줄어도 노동생산성 감소하지 않아
인구적응보다 합리적 전망 지혜 필요



인구변화가 가져올 것으로 우려되는 중요한 결과의 하나는 노동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이다. 나이가 들면서 평균적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신체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고령자는 청장년에 비해 새로운 정보, 지식, 숙련을 습득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및 인지능력의 감퇴는 업무에서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국가 혹은 산업별 자료를 분석한 연구들은 고령자 비중이 증가할 때 경제성장률이나 노동생산성이 낮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인구고령화는 과연 급격한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까? 필자는 이 문제에 접근할 때 선진국들의 사례나 근래의 자료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의 압축적인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나타난 출생 코호트 간의 현격한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는 세대는 196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과거와 현재의 고령자에 비해 건강과 인적자본 수준이 높으며, 이는 장차 노동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상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교육수준의 변화에서 잘 드러난다. 필자가 장래의 성별·연령별·학력별 인구를 추정하고 여기에 최근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적용하여 분석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노동인구가 고령화되는 한편 빠르게 고학력화될 것임을 보여준다. 예컨대 대학을 졸업한 경제활동인구는 2035년까지 증가한 후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고졸 및 고졸 미만 경제활동인구는 앞으로 빠르게 감소할 것이다. 그 결과로 지금부터 2065년까지 대졸 노동인구의 비중은 46%에서 68%로 증가하는 반면, 고졸 미만 노동인구 비중은 16%에서 1%로 줄어들 것이다.

노동인구의 고령화와 고학력화는 생산성에 상반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어떤 효과가 더 우세할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필자는 성별·연령별·학력별 시간당 임금을 가중치로 하여 생산성을 반영한 장래의 노동투입을 추정한 바 있다. 그 결과는 사람 수로만 따진 노동인구에 비해 고령화와 고학력화로 인한 생산성 변화를 반영한 노동투입 규모가 더 느리게 감소하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통계청 중위추계를 적용하는 경우 경제활동인구는 2042년까지 현재의 87%로 감소하는 반면, 생산성을 반영한 노동투입 규모는 92%까지 유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학력화의 효과가 고령화 효과를 압도하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수준에 반영되지 않는 인적자본의 질과 건강도 점차 개선되면서 인구고령화의 생산성 감소 효과를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구변화의 장기적인 영향을 정확하게 내다보기 위해서는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출생 시기에 따른 개인의 차이를 더 면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고령자도 현재의 고령자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가정에 기초하는 경우 자칫 인구변화의 경제적 충격을 과대평가하게 될 수 있다. 인구변화 대응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도하게 비관적인 추계를 기본적인 장래 전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합리적인 정책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는 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아동과 청장년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 고령 인구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동태적인 접근도 요구된다. 아직은 정해진 인구변화의 미래에 적응하기보다 미래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합리적으로 전망하고 지혜롭게 대응할 때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