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픽] "원자재값 올라도 가격 반영 못하는데 어쩌나"

입력
2021.05.24 16:00
24면

편집자주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박일근 논설위원이 살아 숨쉬는 우리 경제의 산업 현장과 부동산 시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원자재 중 안 오른 게 없지만 제품 가격에는 전혀 반영할 수 없는 처지다. 납품을 할수록 손해만 커진다.” (A중소기업 사장)

“수주한 선박 가격은 정해져 있는데 철강 가격은 급등하니 적자가 날 판이다. 선박 대금은 건조 진행 정도에 따라 10%씩 받다 나머지 60%는 배를 인도할 때 받는 구조라 수주가 많아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B조선사 임원)

산업의 쌀인 철강뿐 아니라 중간재로 많이 사용되는 저밀도폴리에틸렌과 목재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제조업 현장에선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란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60달러 후반대다. 1년 전 20달러선이 무너졌던 것과 비교하면 3배로 오른 셈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도 60달러 중반대다. 최근엔 가격 조정도 받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산되며 소비 지표가 좋아지고 항공 수요도 증가하며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국제 유가가 하반기엔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 유가 상승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저밀도폴리에틸렌 등 중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밀도폴리에틸렌은 1년 전 톤당 850달러에서 최근엔 1,500달러 선도 넘었다.

구리도 10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1만 달러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다소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강세다. 목재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목재 선물 가격은 1,000보드피트(bf)당 1,600달러 선도 돌파했다. 1년 전의 3~5배다. 곡물 가격도 심상찮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소맥은 30%, 대두는 70%, 옥수수는 80%가 올랐다.

이 때문에 제조업 현장에선 비명소리를 내고 있다. 원가 비중이 커지며 아무리 경비를 줄여도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자동차 부품사, 중소 조선사, 신발 제조사는 물론 사료 생산 업체까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제조업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균형이 연말까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물가가 올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07.68(2015년 수준 100)을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박일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