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코인판에 실망한 개미들,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나

입력
2021.05.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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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하반기 코스피 상단 범위 3,400~3,700 전망
상장사 1분기 영업익 132%↑... "고평가 우려 불식"
코인 투자 열기 시들해지며 '증시 리턴' 기대도

연초 빠르게 3,000선을 넘긴 이후 수개월째 3,000~3,200대 사이를 횡보 중인 코스피가 하반기에는 최고 3,700선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분기 기업 실적이 대체로 견조했던 데다 가상화폐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유동성이 다시 증시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예상 하반기 코스피 최고점 범위 3,400~3,700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대체로 하반기 코스피 예상 최고치 범위를 3,400~3,700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코스피가 3,100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수개월 내에 가파른 상승 기류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종가 기준 종전 최고치는 이달 10일 기록한 3,249.30이었다.

최저치 범위는 2,900~3,000 수준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통화당국 등에서 갑작스러운 긴축에 들어갈 경우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3,000선을 뚫고 내려갈 수도 있다고 봤다.

장밋빛 전망의 근거는 1분기 실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44조3,9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2%나 증가했다. 순이익은 무려 361% '점프'했다. 기저효과도 있지만 수출과 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난 덕이다. 그동안은 상장사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훨씬 빠르게 부풀어 오르면서 고평가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 실적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만큼 부담이 줄어들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금리 상승 국면에서 주가의 방향성은 기업의 이익 증가 여부가 결정하는데,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약 211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라며 "하반기 기대수익률만도 전년 동기 대비 15%로, 주가도 이에 맞춰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인시장 주춤하면서 증시 활황 가능성↑... "실적으로 극복 가능"

최근 몇 달간 주식시장으로부터 투자 열기를 빼앗아갔던 코인시장이 고점 대비 40%나 주저앉은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증시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1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논란 발언'들에 폭락하기 시작한 비트코인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규제라는 거대한 쓰나미까지 덮치면서 열흘 넘게 하락폭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개당 8,000만 원에 달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4,500만 원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돈 복사"를 외치며 코인 판에 뛰어들었던 일부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는 증시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등 주요 코인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쓰이는 투자자예탁금이 증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10% 가까이 폭락한 이달 12, 13일 투자자예탁금은 71조 원을 넘겼는데, 공모주 청약 등 특별한 계기 없이 예탁금이 70조 원을 넘긴 것은 1월 이후 오랜만이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가상화폐 연계종목과 일부 기술주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늘면서 5일, 2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3,180선과 4월 이후 고점권이었던 3,200선 안착에 성공한다면 코스피 상승 추세가 생각보다 빠르고 강하게 찾아올 것"이라며 "변동성은 커지겠지만 견고한 실적으로 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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