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주시하던 중국은 일단 안도하는 표정이다. 공동성명에 전례 없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언급돼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 비해 대중 압박수위가 한결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미국과 밀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직설적 비판을 자제하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인민망은 22일 공동성명에 적시된 대만과 남중국해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흔들어댄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예상했던 대로”라고 단서를 달았다. 백신 도입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한국이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4월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는 ‘중국’이라는 표현이 네 차례나 등장하는데 반해 이번에는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최대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중국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한국을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다.
환구시보는 전날 “대만 등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는 건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든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고 거칠게 경고했다. 하지만 회담 결과가 공개되자 일단 톤을 낮추며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이날 공동성명에 대해 “내정에 간섭했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이 전부다.
대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보도를 인용하며 “미국은 강경한 대중조치를 요구한 반면 문 대통령은 베이징의 격한 반응을 초래할 만한 발언을 꺼렸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 등에 한국의 강경한 행동을 촉구했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다행히 그런 압박은 없었다"고 답한 것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미일 공동성명에 대만, 남중국해, 홍콩, 신장위구르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망라될 당시 중국 외교부가 “난폭한 내정 간섭”, “패거리 선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모략” 등 험한 말로 반발하며 외교채널을 통해 엄정한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청년망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일본에 이어 한국 정상과 연달아 대면회담을 가졌다”며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코로나 백신, 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 양국이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관찰자망은 ‘삼성, 현대, SK, LG 등 4대그룹이 394억달러(약 44조원)의 대미 투자계획을 밝혔다”면서 기업별 구체적인 투자내용과 연혁 등 세부내용까지 소개하며 관심을 보였다. 봉황망은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만에 종료돼 한국의 미사일 개발 족쇄가 풀렸다”고 타전했다. 관영 중앙통신(CNA) 등 대만 매체들도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옹호”라는 구절이 포함된 것을 크게 반기며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