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위안부 결의안' 주도 펠로시 의장, 文 만나 "정의 실현 보고 싶다"

입력
2021.05.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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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미동맹은 모범적 동맹"

"2007년 미국 하원에 위안부 결의안을 낸 바 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도 수차례 관련 언급을 했다.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청와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미 의회 지도부와의 간담회 이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발언을 이같이 소개했다. 펠로시 의장은 2007년 마이클 혼다(민주당) 하원의원이 주도했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협상을 벌일 당시에도 '아베 총리 명의의 사과문'을 강조하며 한국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발언에 대해 별도의 추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가 펠로시 의원의 발언을 소개한 것은 사실상 동조의 뜻을 드러낸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경제, 문화, 방역에서 발전된 나라가 된 것은 민주주의의 힘이며, 그 바탕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었다"며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동맹이며 앞으로도 양국은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방미를 환영한 펠로시 의장은 이에 "한미뿐 아니라 남북 간에도 국민 교류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당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 미 하원에서 문제시해 온 대북전단금지법이나 미중관계 등 우리에게 껄끄러운 사안에 대한 발언도 없었다.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받은 올해 신년 인사카드를 꺼내 보이며 "아주 예뻐서 간직하고 있다.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글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계 의원 4명 모두 참석해 울먹여

이 자리에는 한국계 하원의원 4명 모두 참석했다. 민주당 소속 앤디 김 의원을 포함해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 의원, 공화당 소속 영 김(김영옥), 미셸 박 스틸(박은주) 하원 의원이 함께 했다.

앤디 김 의원은 "부모님이 50년 전 가난한 한국에서 이민을 왔는데, 하원의원이 돼 대한민국 대통령을 의사당에서 만나니 매우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의회 취임식 때 한복을 입어 화제가 된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은 문 대통령을 마주하자 울먹였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