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돈으로 기업 인수 후 회삿돈 횡령...무자본 M&A 세력 실형

입력
2021.05.21 17:12
이모씨 징역 12년... 일당 대부분 징역형
서울남부지법 "주식 시장 질서 무너뜨려"

라임자산운용(라임) 측의 돈을 투자 받아 회삿돈을 횡령한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 1심에서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이상주)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7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일당 5명 중 4명에게도 징역 3∼12년이 선고됐다. 가담 정도가 가장 적은 1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실형을 피했다.

이씨 일당은 전기차 신사업 등을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라임 펀드 자금 중 1,000억원 상당을 투자받은 후,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 머티리얼즈 등을 인수해 회삿돈 55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들 세력이 투자금 유치 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돈을 빼내는 수법 등으로 상당한 규모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무자본 M&A를 통해 상장기업을 인수하고 정상적 회사 경영을 할 것처럼 외관을 형성한 후, 회사 업무와 무관한 명목으로 자금을 횡령했다"며 "피고인들은 회계 담당 직원에 지인을 앉히거나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등 지능적인 수법을 동원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들이 주가 조작 브로커에게 수십억원을 지급해 회사 주가를 올리는 등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한 점도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전문 주가 조종 업체를 동원해 단기간 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등 주식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렸다"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도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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