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기차 테슬라 운전자가 시속 130㎞가 넘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 안에서 잠들었다 벌금을 물었다. ‘자율주행’ 뜻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위스콘신주(州) 경찰이 16일 오전 8시쯤 케노샤 카운티의 94번 고속도로(I-94)를 달리고 있는 2019년형 테슬라에서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가동시킨 채 잠든 것으로 보이는 운전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차가 시속 132㎞로 달리고 있는데도 운전자는 고개를 숙이고 도로를 살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며 “경광등과 사이렌으로 차를 멈춰 세우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는 3.2㎞ 정도 더 달린 뒤에야 기척을 느끼고 차를 세웠다. “차를 구매자에게 넘겨주러 가고 있었고 피곤했지만 잠든 상태는 아니었다”는 게 운전자의 해명이었다.
운전자에게는 벌금 처벌이 내려졌다. 부주의하게 운전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조종 기능이 작동되고 있어도 운전자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테슬라의 FSD가 말 그대로 완전한 자율주행을 뜻하는 건 아니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에 따르면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은 1~5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테슬라의 FSD 기능은 2.5단계 수준이다. 때문에 운전자가 차량 운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게 테슬라 측 주문이다.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테슬라는 “FSD 기능을 이용할 때도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말고 언제든 직접 운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오해할 만한 표현 자체가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 운전자들을 오도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15일 워싱턴주(州) 시애틀 북부 알링턴 지역에서 갓길에 주차해 있던 경찰차를 들이받은 차도 테슬라 자율주행차였다. 운전자는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여 경찰차를 피해가리라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달 초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테슬라 차가 멈춰 있던 트럭과 추돌해 1명이 목숨을 잃었고, 4월에는 텍사스에서 주행하던 테슬라 차가 나무를 들이받아 2명이 숨졌다. 3월에도 테슬라 차가 미시간 고속도로에서 갓길에서 주차 중이던 경찰차와 추돌했다. 현재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 자율주행 관련 사고 23건에 대해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