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이슬람 기도원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경북대 인근 주택가에 추진 중인 이슬람사원(모스크)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슬람 예배 방식이 방역에 취약해 주거 밀집 지역에 예배 장소를 두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모스크 반대는 특정 종교를 배척하며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대구 지역 이슬람 기도원 관련 확진자는 모두 43명으로, 대부분 대구 달성군과 달서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다. 감염 경로별로는 무슬림 27명이 기도원에서 감염됐고, 무슬림 및 내국인 16명이 이들로부터 n차 감염됐다. 일부 신자들은 라마단 기간(4월 13일~5월 12일) 중 기도원에서 숙식과 철야기도를 하면서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대구 지역 이슬람사원 및 기도원 11곳 중 2곳을 폐쇄하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슬람 기도원 관련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에 계획된 이슬람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주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50여 명은 전날 오후 경북대 서문 앞에서 이슬람사원 건축 전면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경북대, 대현공원, 동대구시장 등을 행진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슬람사원 건축 부지는 가정집과 붙어 있는 주거 밀집지여서 종교시설로 부적합하다"며 "사원 건축이 주민 생존권과 재산권을 침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원이 지어지면 일대가 이슬람 본거지가 되면서 기존 상권이 무너질 것"이라며 "북구청은 주민 민원 청취 없이 내준 건축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람의 예배 방식이 집단감염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주민은 "하루 다섯 번 기도 장소에 모여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리는 이슬람의 예배 방식은 지역 전체에 코로나 확산의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이날 관할 지자체인 북구청 중재로 열릴 예정이던 주민과 무슬림 간 간담회도 취소됐다. 지난 3월 첫 번째 간담회도 주민들이 도중에 회의장을 떠나면서 30분 만에 끝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기독교만 해도 방역수칙 위반에 따라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교회 건립 반대로 이어지지는 않은 점에 비춰볼 때 특정 종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이슬람 신자들이 검사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코로나19를 이유로 특정 종교를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사태 수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와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종교적·문화적 편견과 혐오에 기반을 둔 주장은 보편적 시대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북대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 무슬림들은 지난해 9월부터 경북대 서문 인근 대현로3길 주택가에 지상 2층 규모의 이슬람사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철골 구조물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이 골목 일대에 현수막을 걸고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고, 이에 북구청은 2월 건축 일시 중단 조치를 내렸다.